여류시인

郎非牽牛[낭비견우]

돌지둥[宋錫周] 2020. 7. 24. 17:39

郎非牽牛[낭비견우]    淑媛[숙원] 李玉峰[이옥봉]

낭군은 견우가 아니랍니다.

 

 

洗面盆爲鏡[세면분위경] : 얼굴 씻으려면 동이를 거울 삼고  

梳頭水作油[소두수작유] : 머리를 빗으려니 물을 기름 삼네.

妾身非織女[첩신비직녀] : 첩의 몸은 베짜는 여자 아닐진데

郎豈是牽牛[낭기시견우] : 낭군이 어찌 무릇 소를 이끄나요.

 

옥봉은 시를 짓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조원의 첩이 되어

20여년을 행복하게 살던 중에. 하루는 조원 집안 산지기 아내가 찾아와

어려운 처지를 하소연하는지라 그 내용이 남편이 소도둑의 누명을 쓰고

관가에 잡혀갔으니 억울함을 풀어 줄 글 한 편을 써달라고 간청했지요.

산지기 부인 말을 들으니 향리의 수탈이 분명했기에

옥봉은 대뜸 관할 파주목사에게 시 한편을 써주게 되지요.

옥봉은 ‘세숫대야 물로 거울을 삼고, 그 물로 기름 삼아 바르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처지인데, 산지기의 부인인 자신이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직녀가 아닐진데,

어찌 낭군이 소를 끌고 가는 견우이겠습니까?’라는 뜻을 담았던 시문입니다.

한갓 산지기 신세일 뿐인데 엄감생신 소를 끌고 갈 리는 없다는 자기 항변이지요.

산지기는 소를 훔치는 도둑이 아니라는 기발한 내용을 담았기에

파주 목사는 탄복하여 산지기를 풀어주게되지요.

이로 인해 옥봉의 소문이 자자하여 남편과의 약속을 어겼다 하여

소박을 맞고 쫓겨난 신세가 된 시문으로

이른바 필화사건의 원인인 되었던 일화로 인구에 회자된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