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出[일출]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일출.
君不見[군불견] : 그대 보지 못했나
桃都之山金鷄鳴[도도지산금계명] : 도도산의 금계가 우는 것을
煌煌暘谷飛耀靈[황황양곡비요령] : 휘황하게 빛나는 해돋는 골에 빛나는 신령 오르고
大如車蓋浴滄波[대여거개욕창파] : 큰 수레 같은 덮개가 큰 바다의 물결에 목욕하면서
蒼蒼涼涼麗東溟[창창랑랑려동명] : 푸르고 어슴푸레 맑고 깨끗한 동쪽 바다 아름답네.
東溟之底蟄龍吟[동명지저칩룡음] : 동쪽 바다의 바닥에는 숨어 있는 용이 탄식을하니
汨汨潏潏天晦冥[골골휼휼천회명] : 어지러운 물결 잠겼다 솟고 캄캄한 하늘은 어둡네.
羲和御轡殿不昇[희화어비전불숭] : 희화 신께서는 고삐 다스리며 전각에 오르지 못해
欲上未上淸氛騰[욕상미상청분등] : 오르려 하나 오르지를 못하고 맑은 기운만 오르네.
踆烏夭矯奮兩趐[준오요교분량혈] : 삼족오가 성하게 날아 짝지어 날아가며 떨치는데
半空颺彩何崚嶒[반공양채하릉증] : 하늘 가운데 고운빛 날리며 높고 험하게 내어거네.
扶桑條遠紫霞蒸[부상조원자하증] : 해돋는 나무의 가지는 멀고 자주빛 안개는 많은데
左界閃爍推紅輪[좌계첨삭추홍륜] : 어긋난 경계에 번쩍 빛나며 붉은 바퀴 밀어올리네.
人間光景駒隙耳[인간광경구극이] : 사람 세상 벌어진 형편은 순식간에 지나갈 뿐이오
韶華未盡雙眉皴[소화미진쌍미준] : 젊은 시절을 다하지 않았는데 두 눈썹은 주름졌네.
欲繫長繩縶其轂[욕계장승칩기곡] : 긴 밧줄로 매고자 하였지만 그 수레바퀴는 연잇고
萬八千歲爲一春[만팔천세위일준] : 일만 팔 천의 세월에 하나로 움직이며 이루어졌네.
願令四海群億兆[원령사해군억조] : 원하기는 아름다운 사방 바다에 아주 많이 모이어
壽等大椿無殤夭[수등대춘무상요] : 장수하는 목숨을 견주니 일찍 죽는 젊은이 없구나.
歌竟流霞充我腸[가경류하충아장] : 시 짓기를 끝내니 신선의 술이 나의 마음 가득하여
華生五臟滄溟小[화생오장창명소] : 오장 육부가 화려하게 살아나니 큰 바다가 작구나.
桃都[도도] 金鷄[금계] : 扶桑[부상]의 꼭대기에는 ‘玉鷄[옥계]’라는 닭 한 마리가 앉아있는데,
매일 동이 틀 무렵이면 날개를 퍼덕거리며 울어대기 시작한다.
그가 울면 桃都山[도도산]의 ‘金鷄[금계]’도 따라서 울고, 금계가 울면 명산대천에 살고 있는
‘石鷄[석계]’들도 따라서 울며, 석계가 운 다음에는 천하의 모든 닭이 따라서 울게 된다.
이때가 되면 잔뜩 불어있던 바닷물도 닭의 울음에 따라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고,
어머니 희화의 손에 말끔히 씻긴 태양도 바로 그 바다와 하늘 가득 펼쳐져 있는 노을 속에서
光焰[광염]의 자태를 뽐내면서 떠오르기 시작한다고 한다.
暘谷[양곡] : 해가 처음 돋는 골짜기라는 뜻으로, 해가 돋는 곳을 이르는 말.
羲和[희화] : 神話[신화]에 나오는 인물. 해를 싣고 하늘을 달리는 마차를 부리는 남성신.
또는 天帝[천제] 帝悛[제준]의 아내로, 열 개의 해를 낳고 甘泉[감천]에서 목욕시키는 여성신.
踆烏[준오] : 태양 속에 산다는 세 발 달린 까마귀.
夭矯[요교] : 구불구불한 모양, 굽혔다 폈다 마음대로 되는 모양, 방자한 모양.
扶桑[부상] : 동쪽 바다의 해가 뜨는 곳에 있다는 신성한 나무.
駒隙[구극] : 白駒過隙[백구과극], 흰 말이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듯이 눈 깜박할 사이라는 뜻으로,
歲月[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감을 이르는 말.
韶華[소화] : 和暢[화창]한 봄의 경치, 젊은 때, 청춘 시절, 젊은이처럼 윤택이 있는 늙은이의 얼굴빛.
大椿[대춘] : 莊周[장주]의 莊子[장자] 「逍遙遊[소요유]」에
"上古有大椿者[상고유대춘자] : 상고 시대에 大椿[대춘]이란 나무가 있어
以八千歲爲春[이팔천세위춘] : 8천 년을 봄으로 삼고,
八千歲爲秋8천 년을 가을로 삼았다"고 한 데서 온말. 장수를 비유.
殤夭[상요] : 성년이 되지 못라고 어린 나이에 죽음. 20세 미만에 죽음.
流霞[유하] : 떠도는 운기, 신선이 마신다는 좋은 술의 이름.
天僊酒[천선주], 곧 신선이 마시는 술인 流霞酒[유하주].
梅梅月堂詩集卷之十[매월당시집권지십] 詩○遊關東錄[시 유관동록] 1583년
金時習[김시습 : 1435-1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