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시]上倦于勤[상권우근] 羣下以言爲諱[군하이언위휘]
당시에 임금께서 근무를 게을리하여 여러 신하들이 말하기를 꺼려 하여
公常以爲世道之憂無大於此[공상이위세도지우무대어차] 故首及之[고수급지]
공이 항상 세상 도리의 걱정이 이보다 큰 것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에 가장 먼저 말한 것이다.
翌日賜食物[익일사식물] 遣御醫看病[견어의간병]
이튿날 음식물을 내리시고 御醫(어의)를 보내 병구완을 하고,
東宮遣春坊[동궁견춘방] 令入侍書筵[영입시서연]
동궁께서 춘방(세자시강원)을 보내어 書筵[서여, 강론 자리)에 입시하게 하였다.
公因文正公故事[공인문정공고사] 力辭相拜之禮[역사상배지례] 上不許[상불허]
공이 문정공의 고사에 의거해 서로 절하는 예로 힘써 사양하니, 임금께서 허락하지 않고
旋又賜對于思賢閣[선우사대우사현각] 금세 또 思賢閣(사현각)에서 면대하게 하였다.
公極陳聖學之要[공극진성학지요] 又曰[우왈]
공은 성학의 요체를 극진히 진술하고, 또 말하기를
今日國計民憂[금일국계민우] 可謂罔極[기위망극]
"오늘날 나라 살림과 백성의 가히 걱정이 망극하다 할 수 있으니
一朝土崩[일조토붕] 雖有智者[수유지자] 不及爲謀[불급위모]
하루 아침에 흙이 무너지면 비록 지혜가 있는 자라도 계략을 다스려도 미치지 못합니다.
宜聚精會神[의취정회신] 汲汲講求[급급강구]
마땅히 정신을 가다듬어 모아 급급하게 강구하고
節用愛民[절용애민] 俾有實效[비유실효]
절약하여 쓰고 백성을 사랑하여 실효가 더 있게 하소서."
上稱善[상칭선] 多採施[다채시] 임금께서 좋다고 하시고 많이 채택하여 시행하였다.
既退陳疏[기퇴진소] 請於[청어]書筵定爲坐講之規[서연정위좌강지규]
이윽고 물러나 상소를 올려 경서를 강론하는 자리에서 앉아 강론하는 규범을 만들어
母使侍講諸臣[무사시강제신] 徒事尊奉[도사존봉]
학문을 강의하는 여러 신하로 하여금 더욱 높이고 받드는 것만을 일삼아서
長其習驕好諛之心[장기습교호유지심]
항상 그 교만을 익히고 아첨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자라나지 못하도록 청하였다.
末又條陳朱子及我東諸賢所論輔翼太子之道[말우조진주자급아동제현소론보익태자지도]
마지막에 또 주자와 우리나라의 제현들이 올바르게 이끄는 태자의 도를 논하는 것을 조리있게 진술하니,
上優批開納[상우비개납] 임금님께서 넉넉한 비답을 펴고 받아들이셨다.
後數日[후수일] 復入侍晝講[부입시주강] 公進曰[공진왈]
며칠 뒤에 다시 대궐에 들어가 임금을 뵙고 낮에 강론하며 공이 나아가 말하기를
春秋之義[공진왈춘추지의]不講久矣[불강구의]
"春秋(춘추)의 의리를 강론하지 않은 지가 이미 오래입니다.
聖朝所與一二臣[성조소여일이신] 奮發講磨者[분발강마자]
어진 조정 관아에서 함께하던 한 두 신하는 분발하여 강론하고 연마한 자인데
今則蕩然無復忍痛含寃之意[금즉탕연무부인통함면지의 臣實慨惋[신실개완]
지금은 곧 자취 없는 듯이 다시는 고통을 참고 원통함을 머금는 뜻이 없으니, 신은 진실로 분하고 원통합니다."
又曰臣於是[우왈신어시] 別有所悽感者[별유소처감자] 神州之陸沉[신주지륙침] 百有二十年[백유이십년]
또 말하기를 "신은 이리하여 특별히 슬픈 느낌이 드는 것은 神州(신주, 명나라)가 망한 지 120년이 된 것입니다.
於赫[어혁] 皇靈睠顧而降格者[황령권고이강격자] 必在我東[필재아동]
빛나는 하늘의 혼령이 마음을 써 돌보고 내려와 이르는 것은 반드시 우리나라에 있을 것입니다.
聖上又至誠追慕皇壇[성상우지성추모황단]儀物無所不備[의물무소불비]
성상께서 또 지극한 정성으로 황제를 제사하는 단을 추모하여 제물을 갖추지 않은 것이 없게 하고,
誓戒肄儀[서계이의] 無所不親[무소불친]
경계하고 삼가하여 의식 범절을 익혀 숙달되지 않는 것이 없게 한다면,
凡在瞻聆[범재첨령] 孰不欽歎[숙불흠탄]
무릇 여럿이 보고 듣고 살피니 누가 공경하고 탄식하지 않겠습니까.
第有一事不能無憾[제유일사불능무감] 祭祀之禮[제사지례] 最重灌鬯[최중관창]
다만 한 가지 일에 유감이 없을 수 없는 것은, 제사의 예는 강신하는 것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灌鬯(관창) : 神(신)의 降臨(강림)을 위해 鬱鬯(울창)이라는 술을 땅에 뿌리고 제사드리는 일.
灌(관)은 降神(강신)의 제사를 지내는 것을 의미, 鬯(창])은 강신제에 사용하는 옻기장으로 빚은
鬱鬯(울창)이라는 술을 말함.
其氣臭交感[기기취교감] 有難言之妙[유난언지묘]
그 기운과 향기를 교감하도록 해야 하는데 말씀드리기 어려운 묘한 것이 있습니다.
壇墠之禮[단성지례] 尤屬恍惚[우속황홀] 其可以外國禁條[기가이외국금조]
제사 지내는 단의 예는 더욱 황홀해야 하는데, 어찌 가히 외국에서 금하는 조례를 가지고
上施於天子之祭[상시어천자지제] 不盡其思嗜之義[부진기사기지의] 灌獻之誠乎[관헝지성호]
위로 천자의 제사를 베풀고 그 생각하고 즐겨하는 뜻과 강신하고 헌작하는 정성을 다하지 않겠습니까.
臣意斷自今[신의단자금] 還復灌鬯之禮[환복관창지례] 太廟文廟[태묘문묘] 次第學行[차제거행]
신은 생각컨데 단연코 이제부터라도 다시 강신하는 예를 회복하고 태묘와 문묘에서 차례로 거행하되,
而只依祖典[이지의조전] 申禁私釀會飲之律[신금사양회음지률] 除去一殺字[제거일살자]
다만 조상의 제도를 따라 거듭 사사로이 빚어 모여 마시는 걸 법으로 금하여 하나의 殺(살)자를 제거한다면
則民始信法而不敢犯矣[즉민시신법이불감범의]
곧 백성이 비로소 법을 믿고 감히 범하지 않을 것입니다.
因言殺人刑人[인언살인형인] 不可不欽恤[불가불흠휼]
인하여 말하기를 "사람을 죽이거나 사람을 형벌함에 마땅히 죄수를 신중히 심의해야 합니다.
殿下於加律申禁之日[전하어가률신금지왈] 既立三令五申之法[기립삼령오신지법]
전하께서 규범을 더하고 금지한 것을 신칙하는 날에 이미 세 번 호령하고 다섯 번 거듭 말하는 법으로
而使未及聞令之人[이사미급령지인] 徑伏王章[경복왕장]
미처 명령을 듣지 못한 사람으로 하여금 마침내 왕의 법령에 복종하게 한다면,
豈不近於枉殺不辜乎[기불근어왕살불고호]
어찌 죄 없는 사람을 잘못 죽이는 허물을 범하겠습니까."
又言折受免稅之爲時痼弊[우언절수면세지위시고폐] 또 말하기를
"折受(절수, 나누어 받음)와 免稅(면세, 세금 면제)는 당시에 고질적인 폐단이 되었습니다.
又言金公時燦之無罪被譴[우언김공시찬지무죄피견] 曰[왈] 聖教每云[성교매운] 有所重[유중소]
또 김시찬은 죄가 없이 귀양을 갔는데도 임금께서 매번 이르시길 소중한 바가 있다고 하셨으니,
未知所重果何在[미중소지과하재] 중한 것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臣實聽瑩矣[신실청영의] 신은 진실로 명백하게 들었습니다.
時上每以口奏引重[시상매이구주인중] 使羣下[사군하]不敢言[불감언]
당시에 임금께서 매번 입으로는 중하다고 하여, 여러 신하로 하여금 감히 말을 못하게 하였습니다."
公欲因以陳戒纔開端[공욕인이진계재개단] 공이 시작해 의거하여 삼가 밝히어 겨우 단초를 열었다.
上遽厲聲[상거려성]曰[왈]經筵官之言경연관지언] 多過矣[다과의]
임금이 급히 언성을 높여 큰 소리로 말하기를 "경연관의 말은 잘못이 많다.
予曾於尹鳳九韓元震[여증어윤봉구한원진]一言之失[일언지실] 即厳處之[즉엄처지]
나는 일찍이 윤봉구와 한원진에게 한 번의 실수한 말로 곧 혹독하게 처리하였는데,
今於經筵官[금어경연관] 特爲寬假[특위관가] 須知予意[수지여의] 勿復過言[물부과언]
이제 경연관에게는 특별히 너그럽게 용서하였으니, 모름지기 내 뜻을 알아 다시는 잘못된 말을 하지 말라." 하셨다.
公起而謝曰[공기이사왈]人臣進言[인신진언] 各效其忠[각효기충]
공이 일어나서 사례하며 말하기를 "임금을 섬기는 신하로 진언함은 각각 그 충성을 본받는 것입니다.
如使臣言[여사신언] 若有一毫挾雜[약유일호협잡]則殿下宜罪之[즉전하의죄지]
마땅히 신의 말로 하여금 만약 털끝만치라도 협잡이 있으면 곧 전하께서는 마땅히 죄를 주십시오.
不然而以爲出於忠悃[불연이위출어충곤] 則宜恕之[즉의서지]
그렇지 않고 충심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마땅히 용서하십시오.
恕之罪之[서지죄지] 唯在殿下[유재전하] 용서하고 죄를 주는 것은 오직 전하에게 달려 있으니,
談笑而處之[담소이처지] 何至激惱聖心耶[하지격뇌성심야] 臣實慨然[신실개연]
웃으면서 말하고 처분한다면 어찌 임금님의 마음이 심히 괴롭겠습니까. 신은 진실로 몹시 분합니다."
是日玉色甚厲[시일옥색심려] 嚴敎荐下[엄교천하] 이 날, 임금의 안색이 심히 엄숙하여 엄한 교지를 거듭 내리니
筵臣無不惴惴[연신무불췌췌] 而公擧止如常[이공거지여상] 辭氣雍容[사기옹용]
강론하던 신하들이 두려워 떨지 않는 이가 없었으나, 공은 행동거지가 평소와 같고 말과 얼굴빛이 온화하였다.
上爲霽顏色而稱善[상위제안색이칭선] 임금이 일굴 빛을 풀고 좋다고 말하고,
且敎曰予既釋[차교왈여기석] 然經筵官[연경연관]亦勿介懷也[역물개회야]
또한 명하여 말하기를 "나는 이미 풀었으니 경연관도 또한 마음에 개의치 말라." 하였다.
既退入侍諸臣[진퇴입제신] 皆嘖嘖以爲不可及[개책책이위불가급]
이미 물러나 입시한 여러 신하들이 모두 크게 떠들며 견줄 수 없다 하였다.
公聞之笑曰山野之人[공개지소왈산야지인] 初登前席[초등전석]
공이 이 이야기를 듣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산야의 사람이 처음으로 임금의 자리 앞에 나가서
不知天威之可畏故耳[부지천위지가외고이] 천자의 위엄이 두려운 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였다
翌日出次城外[익일출차성외] 上聞之[상문지] 即遣史官[즉견사관]諭令還入[유령환입]
이튿날 성 밖에 나와 머무니 임금이 듣고 곧 사관을 보내 돌아와 들라 고지해 명령하니,
公既修啓辭謝[공기수계사사] 愀然有不豫色[초연유불예색]
공은 이미 문서로 상주하여 사양하고 사례하니, 안색이 변하여 기뻐하지 않는 빛이 있었다.
顧謂侍者曰[고위시자왈] 모시는 자를 돌아보고 말하기를
吾既以言忤旨오[기이언고지] 狼狽去國[낭패거국]
"내 이미 말로써 임금의 뜻을 거슬렸고, 낭패하여 서울을 떠나니
宜不敢復有論說[의불감부류론설] 以傷語默之義[이상어묵지의]
마땅히 감히 다시 논설로써 말을 하거나 하지 아니하여 의리를 상하게 할 수가 없다.
而但筵奏草草[이단연주초초] 既不能盡所欲言[기불능진소욕언]
그러나 다만 경연에서 아뢴 것이 간략하여 이미 능히 말하고자함을 다할 수 없고,
又違更對之命而味然遁去[우위갱대지명이미연순거] 또 다시 마주하라는 명을 어기고 아득히 떠나버렸으니,
則不惟辜負異恩[즉불유고부이은] 其何以見先祖於地下乎[기하이견선조어자하호] 乃草疏以進[이초소이진]
곧 마땅한 특별한 은혜를 저버린 죄 뿐만 아니라 그 어찌 지하에서 조상을 볼 수 있겠는가." 이에 거친 상소를 더했다.
其略曰竊惟我殿下[기략왈절유아전하] 聰明睿智[총명예지]
마땅히 대략 이르길 "가만히 생각하니 우리 전하께서는 총명하고 슬기롭고 지혜가 있어,
卓冠百王[탁관백왕] 모든 왕중 으뜸되게 뛰어나시니
孝悌通於神明[효제통어신명] 仁恩浹於海宇[인은협어해우]
효성과 우애는 신명에 통하고, 어진 은혜는 바다와 우주에 두루미치어
凡在臣民孰不欽仰[번재신민숙불흠앙]贊頌殿下之心[찬송천하지심]
무릇 신하와 백성을 살피니 누가 공경하여 사모하며 전하의 마음에 감사하며 칭찬하지 않겠습니까.
亦必以爲德成治定無可憂矣[역필이위덕성치정무가우의]
또한 반드시 은덕이 이루어지고 다스림이 안정하니 가히 근심할 것이 없을 것입니다.
然夷考其實[연이고기실] 則紀綱日益解弛[즉기강일익해이] 民生日益困瘁[민생일익곤췌]
그러나 떳떳한 그 행적을 살펴보니 기강은 날로 더욱 해이해지고, 민생은 날로 더욱 곤궁하고 고달프고
風俗日益壞敗[풍속일익회패] 풍속은 날로 더욱 헐어지고 무너져
危亡之禍[위망지화] 若將迫在朝夕[약장박재조석] 此其故何哉[차기고하재]
위태로워 망하려는 화가 장차 아침저녁으로 핍박하고 있으니, 이는 그 까닭이 어디에 있습니까.
臣愚死罪신우사죄] 敢以爲殿下之立志[감이위전하립지]
신의 어리석음은 죽을 죄이지만, 감히 전하께서는 뜻을 세우시어
不能脫然[불능탈연]以唐虞三代[이당우삼대]自期爲學[자기위학]
능히 구속 받지 않고 당우 삼대를 스스로 기약하여 배우게 되시니
不能粹然以格致誠正爲要而天姿既高[불능수연이격치성정위요이천자기고]
순박한 품격과 운치로 진실과 올바름으로 요체를 삼는데 능하지 않지만 타고난 모습은 이미 높고
見理甚易[견리심이] 神機獨運[신기독운] 逈出尋常[형출심상]
이치를 보는 것이 심히 밝아 신기를 홀로 운용하여 예사롭게 멀리 나오시어
意之所命[의지소명] 便爲精義[변위정의] 言之所發即爲成法[언지소발즉위성법]
뜻이 명한 바는 곧 정밀하고 올바르며, 말씀하신 것은 곧 법도를 이루게 되어
其於應事[기어응사] 率多牽合穿鑿[솔다견합천착]
그것이 일에 응하는 것은 대부분 서로 이끌어 학문을 깊이 연구하고
初未嘗虛心遜志[초미상허심손지] 精察于義利公私之分[정찰우의이공사지분]
처음부터 일찍이 마음을 비우고 뜻을 공손히하여 의리와 공사의 구분을 자세히 살피시지 아니하고
而徒據先入之見以爲之主[이도거선입지견이위지주]則 朝廷之上[즉조정지상]
그러나 헛되이 선입견에 근거하여 주장을 삼으시니, 곧 조정의 위에서
無敢有異同之論[무감유이동지론] 如繳還覆逆等故事[여작환복역등고사]
감히 같고 다른 의논이 많지 않으니, 마땅히 徼還(작환,돌려보냄)과 覆逆(복역,복계하여 반대함) 등의 고사를
亦不可復見[역불가부견] 此不幾於惟其言而莫予違也[차불기어유기언이막여위야]
또한 가히 다시 볼 수가 없으니, 이것은 오직 그 말씀을 어기지 말라고 한 것에 가깝지 않습니까.
而又徃徃以口奏一事[이우왕왕이구주일사] 爲徒違之節[위도위지절]
그리고 또 왕왕 한 가지 일을 말씀하시고 따르고 안 따르는 절차를 삼으니,
夫口奏之擧[부구주지거] 固知出於羮墻之孝思[고지출어갱장지효사]
대저 입으로 말씀하신 것은 진실로 추모하는 효도의 생각에서 나온 줄 알지만
而其禮不見於經傳[이기례불견어경전] 漢時陵寢奏謁[한시능침주알]
그러나 그 예절은 경전에 보이지 아니하고, 한나라 때 능침에서 고하여 아뢴
先儒猶譏其瀆[선유유기기독] 선대의 유학자들이 오히려 그 버릇 없는 것을 비웃었는데
況於淸廟肅穆之地[황어청묘숙목지지] 燕居應接之際[연거응접지제]
하물며 깨끗한 종묘에 엄숙히 공경하던 땅에서, 한가히 기거하며 응접 할 즈음에
輒行此無稽之禮[첩행차무계지례] 使天下後世[천하후세]
문득 이러한 근거도 없는 예를 행하여, 천하 후세로 하여금
疑殿下於率情失禮之歸[의전하어솔정실례지귀] 豈不惜哉[기불석재]
전하를 정에 끌리어 예를 잃었다고 의심하게 된다면 어찌 애석하지 않겠습니까."
又曰天下萬事之本[우왈천하사지본] 在乎人主之一心[재호인생지일심]
또 말하기를 "천하만사의 근본은 임금의 한 마음에 있으니
心苟不正[심구부정] 何以爲治[하이위치] 마음이 진실로 바르지 못하면 어찌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正心之道[정심지도] 一言以蔽之[일언지폐지] 마음을 바르게 하는 도는, 한마디로 전체의 뜻을 다 말하면
曰祛偏私[왈거편사] 以復天理之公而已[이복천리지공이이]
이르길 편향되고 사사로움을 떨어 버림으로써, 하늘의 밝은 도리를 함께하여 회복할 뿐입니다.
蓋此心本自廣大無限量[개차심본자광대무한량] 與天地同體[여천지동체]
대개 이 마음은 본래 스스로 넓고 커서 한이 없어 천지와 더불어 한 몸이지만
一爲私意所局[일위사의소국] 不免狹小苟能一朝祛其私意[불면협소구능일조거기사의]
한 번 사사로운 생각에 국한되면 협소한 것을 면치 못하는 바가 되고 진실로 하루아침에 사사로운 생각을 떨어버리고
而擴充之[이광충지] 則廣大無限量之本體[즉광대무한량지본체] 自當復全於我[자당복전어아]
그것을 넓혀 충실하게 채우면 광대하고 무한한 본체가 스스로 마땅히 다시 나에게 온전하게 되어
而與天地 [이여천지]同其功用矣[동기공용의]천지와 더불어 그 功用(공용)을 함께할 수 있습니다.
說此意最分明者[설차의최분명자] 西銘也[서명야] 이 뜻을 가장 분명하게 말한 것은 西銘(서명)입니다."
程子亦曰[정자역왈]人能公共放此身[인능공공방차신]
程子(정자)가 또한 말하기를 "사람이 능히 공적으로 함께 이 몸을 놓고
與萬物一例看[여만물일례간] 더불어 모든 사물과 같이 하나의 예로써 보면
大小大快活[대소대쾌활] 此言極好 大有意味[차언극호대유의미]
크고 작은 것이 크게 쾌활할 것이다."라 하였으니 이 말이 지극히 좋아 큰 의미가 있고
學者存此於胸中[학자존차어함중] 自然有進益[자연유진자]
배우려는 자가 가슴 속에 이를 지니면, 자연히 유익한 데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常人猶然[상인유연] 況人君代天理物[황인군대천리물]
보통사람도 그러하거늘, 하물며 인군은 하늘을 대신하여 사물을 다스려
四海爲一家[사해유일가]中國爲一人[중국유일인] 온 세상을 집으로 삼고, 중국을 한 사람으로 삼아
若或存一毫偏係之私[약혹존일호편계지사] 以害其無限量之本體則[이해기무한량지본체즉]
만일 혹 털끝만치라도 편벽된 사사로움이 있어, 그 무한한 본체를 해치게 된다면
生心害政[생심해정] 隨處做病[수처주병] 마음이 생겨 정치를 해치고, 곳에 따라 병을 만들 것입니다.
如係戀婦寺[여계연부시] 마음이 끌려 잊지 못하는 궁위 여인과 환관 같이,
偏愛私藏則將見公家之有[편애사장즉장견공가지유]
편벽되게 사랑하고 사사로움이 쌓이면 장차 조정이나 왕실에 있는 것이
盡入私門[진입사문] 모두 사문에 들게 됨을 볼 것입니다.
而朱子所謂梁益之半[이주자소위량익지반]
朱子(주자)가 말한 바와 같이 梁主(양주)와 益主(익주)의 절반이
不足以當吳魏之全者也[부족이당오위지전자야] 吳(오)와 魏(위)나라 전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留情近習[유정근습] 私厚姻戚[사후인척]
가까운 신하에게 정을 품고, 사사로이 인척에게 후하게 되면,
則將見命德之器[즉장견명덕지기] 盡歸私人[진귀사인]
곧 장차 덕망있는 자의 벼슬 줄 인재가 도가 모두 사사로운 개인에게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而詩人所譏[이시인소기] 彼其之子[피기지자] 三百赤芾[삼백적불]
그리고 시인이 비웃는 바는, 저기 그 자식들이 삼백의 붉은 슬갑(관원)이로다.
婉兮孌兮[완혜련혜] 季女斯飢者也[계녀사기자야] 아름답고 어여쁜 막내딸들이 모두 굶주렸구나.
推是以往[추시이왕] 百事皆然[백사개연] 이것으로 미루어 간다면 모든 일이 다 그러할 것입니다.
蓋人君處崇高之位[개인군처숭고지위] 臨億兆之衆[임억조지중]
아마도 임금은 높고 숭고한 자리에 처하여, 억조의 백성에 임하니,
一日萬機[일일만기] 衆欲交前[중욕교전] 하루에도 온갖 일들이 무리지어 앞에서 오고 가고 하다보니
必須恢蕩其心胸[필수회탕기심흉] 高大其眼目[고대기즉안목]
그 마음과 가슴을 크게 넓힘이 필수이고, 그 안목을 크게 높히어
常常認取此無限量之心體[상상인취무한량지심체]
항상 늘 취하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것은 限[한)이 없는 몸과 마음을 취해서
使與天地流通而潛心用力於敬之一字[사여천지류통이잠심용력어경지일자]
더불어 하늘과 땅으로 하여금 흘러 통하고 마음에 잠겨 敬(경) 한 글자에 힘을 쓰게 하며
其未發也[기미발지] 則敬以存之[즉경이존지] 使此心之體[사차심지체]
그것이 발하지 아니하면, 곧 공경으로 살펴 가며, 이를 마음의 본체로 하여금
寂寂惺惺[적적성성] 昭昭靈靈[소소령령]
고요하고 조용히 슬기롭게 깨달아, 밝고 신령스럽게 합니다.
其已發也[기이발야] 則敬以察之[즉경이찰지] 使此心之用[사차심지용]
그것이 이미 발하면 곧 삼가 살펴 가며 이 마음의 쓰임으로 하여금
洞洞豁豁[통통활활] 正正方方[정정방방] 使我方寸之間[사아방촌지간]
매우 공경하여 크게 깨닫고, 조리가 밝아 어지럽지 않게, 우리의 작은 마음 사이로 하여금
常卓然處乎光明灑落之地[상탁연처호광명쇄락지지]
항상 의젓한 모양에 밝고 환하며 기분이 상쾌한 지경에 처하게 하여
而無一毫私吝偏係之意[이무일호사린편계지의] 留於心目之間[유어심자지간]
한가닥 털도 없이 사사롭고 인색하고 편벽된 뜻에 얽매이지 않게 하여 마음과 눈 사이에 머물게 하며
棲於隱微之際[처어은미지제] 然後表裏洞澈[연후표리동철]
은미한 즈음에 머물게 한 후에, 겉과 속이 밝고 맑게한 연후에
全體昭融[전체소융] 私慾退聴[사욕퇴청] 天理流行[천리류행]
전체의 소명함이 밝아 사욕이 물러남을 듣고, 천리가 유행하고
蕩蕩乎與天地同[탕탕호여천지동]其大[기대] 爲堯爲舜[위요위순]
넓고 넓게 천지와 더불어 그 큰 것을 같이하여 堯(요)도 되고 舜(순)이 되니,
人孰間然哉[인숙간연재] 사람은 어느 사이에 그러하겠습니까.
始公之赴召也[시공지부소야] 一種浮議[일종부의] 처음 공을 부르실 때에, 일종의 들뜬 의논으로
以爲際遇之盛如此[이위제우지성여차] 宜知無不言[의지무불언]
임금과 신하가 뜻이 맞아 성대하기 이와 같았는데, 마땅히 아는 것을 말하지 못할 것이 없다 하고,
或謂大訓[혹위대훈]不可不言[불가불언]
혹은 큰 가르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或謂時宰誤國之罪[호위지재오국지죄] 不可不論[불가불론]
혹은 재상들이 나라를 그르친 죄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니,
公笑曰[공소왈] 交淺言深[교천언심] 古人所戒[고인소계]
공이 웃으며 말하기를 "사권 것이 얕은데 말을 깊게 하는 것은 옛 사람들이 경계하는 것이니,
此當積吾誠意[차당적오성의] 先格君心[선격군심]
이는 내가 성의를 쌓아 먼저 임금의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 마땅하며,
何必不度於義[하필부도어의] 而驟言人所難言[이취언인소낭언]
어찌 반드시 의리를 헤아리지 않고 남들이 말하기 어려운 것을 급히 말하여
無益於事[무익어사] 而徒取聲名耶[이도취성명야]
일에 유익함이 없게 하고 한갓 명성만을 취하겠는가."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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