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狐[영호] 梅月堂 金時習[매월당 김시습]
여우를 노래함.
落日千巖畔[낙일천암반] : 지는 해가 일 천 바위에 떨어지니
風嘷似訴冤[풍호사소원] : 바람이 울며 원통함 호소하는 것 같네.
荒郊爲美女[황교위미녀] : 황폐한 들에선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古寺穴頹垣[고사혈퇴원] : 오래된 절의 담장을 뚫어 무너뜨리네.
善聽嫌氷陷[선청혐빙함] : 귀로 잘 들어 얼음에 빠질까 의심하고
宣威假虎尊[선위가호존] : 위엄을 떨치니 가짜로 높은 범이로다.
莫言妖媚物[막언요미물] : 요사하고 요염한 종류라 말하지 말라
燕墓聽高論[연묘청고론] : 편안히 무덤의 높은 언론 들어보리라.
元[원]운으로
겉으로는
여우의 간교함을 읊지만
속 마음은
벼슬길에서 간교하게 처신해
출세하는 무리들을 풍자합니다.
김시습은 1481년 환속했다가
폐비 윤씨 문제로
시끄러운 조정에 환멸을 느끼고,
세속이 싫어서
미친 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에 관동지방을 방랑하며
농사지어 생활했다네요.
수련에서는
저물녘에 울부짖는 여우를
독자에게 제시한 것이고,
함련에서는
여우가 미녀로 변신한다는 속설과
담 밑에 숨을 구멍을 파는 행위를 들어
여우의 요사스러움을 부각합니다.
경련에서 여우의 귀가 밝아
얼음이 녹는 소리를 듣고
얼음이 깨어질까 조심하는 것과,
狐假虎威[호가호위]의 우화를 빌려서
그것이 영리하고 조심스러우며
또한 간교함을 드러냅니다.
미련에서 이 요사스런 짐승이
무덤을 파고 거기에 모여
잔치하면서 고담준론을 한다고 하여
그 간악함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물론 이 여우는
조정에서 온갖 간교를 부려서
영달을 꾀하고
무리를 지어 나라의 기강을 허물고
백성을 수탈하는 권귀들을 풍자하였습니다.
梅梅月堂詩集卷之十[매월당시집권지십] 詩○遊關東錄[시 유관동록] 1583년
金時習[김시습 : 1435-1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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