甁菊[병국] 林億齡[임억령]
항아리의 국화.
常恨東籬英[상한동리영] : 항상 동쪽 울타리 꽃부리 원통하여
重陽口尙噤[중양구상금] : 중양절에는 오히려 입을 다물었네.
十月夜雨鳴[시월야우명] : 열번째 달 소리 내어 비 오는 밤에
加以繁霜凜[가이번상름] : 무성한 서리 더하여도 늠름하였네.
朝來開戶看[조래개호간] : 아침이 돌아와 문을 열고 바라보니
粲粲如濯錦[찬찬여탁금] : 선명하고 청초해 씻은 비단 같았네.
敎兒揷膽甁[교아삽담병] : 아이를 시켜 항아리를 씻어 꽂고서
置之於燕寢[치지어연침] : 한가한 전각에 기대 그대로 두었네.
遙觀非不好[요관비불호] : 멀리 보니 좋아하지 않음 아니지만
不如對之審[불여대지번] : 마주보며 살피는 것만 같지 못하네.
此本隱君子[차본은군자] : 이는 본래 숨어 사는 군자이기에
山野遒天稟[산야주천품] : 산과 들에 타고난 기품 아름답네.
自從陶令採[자종도령채] : 스스로 나가 도연명은 채취했고
後世爭題品[후세쟁제품] : 뒤의 세상에서 가치를 다투었지.
深思踰垣走[심사유원주] : 깊은 생각에 담장을 달려 넘으니
只恐爲已甚[지공위이심] : 다만 너무 심하게 위할까 두렵네.
沈菹與釀酒[침저여양주] : 김치를 담고 더불어 술을 빚고
而又實之枕[이우실지침] : 너와 다시 참으로 누워보리라.
遂令草野資[수령초야질] : 마침내 초야의 자질로 하여금
羅生桃李蔭[나생도리음] : 복숭아 오얏 그늘에 줄지어 자라네.
嗟我異於是[차아이어시] : 나는 이 기이한 것을 탄식하며
從此茅齋飮[종차모재음] : 이로부터 띠풀 집에서 마시리라.
一杯對老樹[일배대로수] : 한 잔으로 늙은 나무 마주하니
滿身和氣滲[만신화기삼] : 몸에 가득 온화한 기색 스미네.
柴門雖大開[시문수대개] : 사립문 아무리 크게 열어둬도
俗客焉得闖[소개언득틈] : 풍치 없는 이 어찌 엿보아 알까.
醉來詠陶詩[취래영도시] : 취하여 도연명의 시 노래하니
前山白鶴吟[전산백학음] : 앞의 산에 흰 학도 노래하네.
燕寢[연침] : 임금이 평상시에 한가롭게 거처하는 전각.
隱君子[은군자] : 재능은 있으나 세상의 명예와 부를 욕심내지 않고
세상을 피하여 숨어사는 사람.
天稟[천품] : 타고난 기품.
陶令[도령] : 晉[진] 나라 陶淵明[도연명].
그가 彭澤令[팽택령]을 지냈기 때문에 그리 부름.
題品[제품] : 사물의 가치나 우열을 문예적 표현으로 평하는 일.
草野[초야] : 풀이 난 들, 궁벽한 시골.
石川先生詩集卷之一[석천선생집1권] / 五言長篇[오언장편]
林億齡[임억령,1496-1568] : 자는 大樹[대수],
호는 林石川[임석천]. 병조참지, 담양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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