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有來問[객유래문] 白沙 李恒福[백사 이항복]
어떤 손이 와서 묻기를
聞具䟽將上[문구소장상]乞賜一見[걸상일견]
"듣건대 疏章[소장]을 갖추어 곧 올릴 것이라고 하니,
한 번 보여주기 바랍니다." 하기에,
答云何䟽[답운하소]曰[왈]
답하기를 "무슨 상소를 말하는가?”"하니, 말하기를
京師多言近當有昭㙜宮事[경사다언근당소대궁사]
鰲老具䟽將上[오로견소장상]
"京師[경사]에서 많은 사람이 요즘에 의당
昭臺宮[소대궁]의 일이 있어
오성 노인이 상소를 갖추어
곧 올릴 것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하므로,
答曰[답왈]我以兩賢䟽[아이량현소]
語侵時相[어침시상]至今爲奇禍[지금위기화]
답하여 이르길 "내가 兩賢[양현]에 관한 상소로
말이 당시의 재상에게 촉범되어
지금까지 뜻밖의 앙화가 되어왔다.
今不在位[금부재위]事無大小[사무대소]
理無與知[리무여지]何有是歟[하유시영]
그런데 지금은 내가 관직에도 있지 않으니,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참여하여 알 까닭이 없는데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는가." 하고,
因戲爲詩[인희위시] 인하여 장난삼아 시를 짓다.
自愧虛名抗䟽餘[지괴허명항소여] : 헛된 명성 절로 부끄러운데 다른 상소 대항하나
衰年况復迫懸車[쇠년황부박현거] : 쇠한 나이 게다가 다시 수레 걸어 매달기 급하네.
桑楡始得安身計[상유시득안신계] : 만년되어 몸을 편안히 할 계획 비로소 얻었으니
北闕從今休上書[북궐종금휴상서] : 지금부터는 경복궁에 올리는 글은 그만두리라.
世人疑我發棠餘[세인의아발당여] : 세상 사람 내게 당읍 창고 열게할까 의심하지만
馮婦如今悔下車[풍부여금회하거] : 풍부가 지금은 수레에서 내린 것 후회하는구나.
地拆天分渾不管[지탁천분혼불관] : 땅이 갈라지고 하늘 나뉘어도 붓대를 함부로 않고
閉門終日讀吾書[폐문종일독어서] : 종일 문을 닫고서 천하지 않은 글이나 읽으리라.
京師[경사] : 서울
昭臺宮[소대궁] : 漢[한] 나라 때의 궁전 이름,
일찍이 宣帝[선제]의 霍 皇后[곽 황후]와
成帝[성제]의 許 皇后[허 황후]가
모두 廢[폐]해진 뒤에 거처하던 곳이니,
여기서는 곧 宣祖[선조]의 繼妃[계비]인
仁穆大妃[인목대비]가 폐해진 일을 비유함.
兩賢[양현] :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懸車[현거] : 현차, 수레를 건다는 뜻으로 벼슬을 그만 둠.
桑楡[사유] : 뽕나무와 느릅나무. 桑楡日薄[상유일박], 桑楡晩景[상유만경],
저녁 해의 그림자가 뽕나무와 느릅나무 가지에
비쳐 있는 광경을 뜻하는 것으로,
晩年[만년] 즉 늙은 나이를 비유해서 이르는 말.
신하가 70이 넘어 임금으로부터 几杖[궤장]을 하사받고 하례드리거나,
혹은 나이가 많아 辭職[사직]을 청할 때 늙은 나이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北闕[북궐] : 景福宮[경복궁]을 昌慶宮[창경궁]과 慶熙宮[경희궁]을 상대하여 이르는 말.
棠[당] : 齊[제] 나라 棠邑[당읍]에 있는 창고.
孟子[맹자가]가 일찍이 제 나라에 등용되었을 때,
마침 흉년이 들자 제왕에게 권하여 당읍의 창고를 열어서
빈민을 구제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뒤에 맹자가 조정에서 물러난 이후에
또 흉년이 들자, 陳瑧[진진]이 맹자에게 말하기를,
"나라 사람들이 夫子[부자]께서 장차 다시
당읍의 창고를 열게 할 것이라고 여기나,
다시 그렇게 할 수 없을 듯합니다."하니,
맹자가 이르기를 "그렇게 한다면 바로 馮婦[풍부]와 같은 사람이다.
晉[진] 나라에 풍부란 사람이 있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곤 하다가
끝내 착한 선비가 되었었다.
그 후 들판을 지나는데, 뭇 사람이 호랑이를 쫓으니,
호랑이가 산기슭을 등지고 있어 아무도 감히 덤비지 못하고
풍부에게 가서 그를 맞이하였다.
그러자 풍부가 팔뚝을 뽐내고 수레에서 내리니,
뭇 사람들은 기뻐하고, 선비는 그를 비웃었다."
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盡心下[맹자 진심하].
白沙先生集卷之一[백사선생집1권] 詩[시] 1629년 간행본 인용
한국고전번역원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1991
李恒福[이항복, 1556-1618] : 일명 鰲城大監[오성대감].
자는 子常[자상], 호는 弼雲[필운]·白沙[백사]·東岡[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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