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恒福

客有來問[객유래문]

돌지둥[宋錫周] 2024. 9. 15. 06:14

客有來問[객유래문]  白沙 李恒福[백사 이항복]

어떤 손이 와서 묻기를

聞具䟽將上[문구소장상]乞賜一見[걸상일견]

"듣건대 疏章[소장]을 갖추어 곧 올릴 것이라고 하니,

한 번 보여주기 바랍니다." 하기에,

答云何䟽[답운하소]曰[왈]

답하기를 "무슨 상소를 말하는가?”"하니, 말하기를

京師多言近當有昭㙜宮事[경사다언근당소대궁사]

鰲老具䟽將上[오로견소장상]

"京師[경사]에서 많은 사람이 요즘에 의당

昭臺宮[소대궁]의 일이 있어

오성 노인이 상소를 갖추어

곧 올릴 것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하므로,

答曰[답왈]我以兩賢䟽[아이량현소]

語侵時相[어침시상]至今爲奇禍[지금위기화]

답하여 이르길 "내가 兩賢[양현]에 관한 상소로

말이 당시의 재상에게 촉범되어

지금까지 뜻밖의 앙화가 되어왔다.

今不在位[금부재위]事無大小[사무대소]

理無與知[리무여지]何有是歟[하유시영]

그런데 지금은 내가 관직에도 있지 않으니,

크고 작은 일을 막론하고 참여하여 알 까닭이 없는데

어찌 이런 일이 있겠는가." 하고,

因戲爲詩[인희위시] 인하여 장난삼아 시를 짓다.

 

自愧虛名抗䟽餘[지괴허명항소여] : 헛된 명성 절로 부끄러운데 다른 상소 대항하나

衰年况復迫懸車[쇠년황부박현거] : 쇠한 나이 게다가 다시 수레 걸어 매달기 급하네.

桑楡始得安身計[상유시득안신계] : 만년되어 몸을 편안히 할 계획 비로소 얻었으니

北闕從今休上書[북궐종금휴상서] : 지금부터는 경복궁에 올리는 글은 그만두리라.

 

世人疑我發棠餘[세인의아발당여] : 세상 사람 내게 당읍 창고 열게할까 의심하지만

馮婦如今悔下車[풍부여금회하거] : 풍부가 지금은 수레에서 내린 것 후회하는구나.

地拆天分渾不管[지탁천분혼불관] : 땅이 갈라지고 하늘 나뉘어도 붓대를 함부로 않고 

閉門終日讀吾書[폐문종일독어서] : 종일 문을 닫고서 천하지 않은 글이나 읽으리라.

 

京師[경사] : 서울

昭臺宮[소대궁] : 漢[한] 나라 때의 궁전 이름,

   일찍이 宣帝[선제]의 霍 皇后[곽 황후]와

   成帝[성제]의 許 皇后[허 황후]가

   모두 廢[폐]해진 뒤에 거처하던 곳이니,

   여기서는 곧 宣祖[선조]의 繼妃[계비]인

   仁穆大妃[인목대비]가 폐해진 일을 비유함.

兩賢[양현] :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懸車[현거] : 현차, 수레를 건다는 뜻으로 벼슬을 그만 둠.

桑楡[사유] : 뽕나무와 느릅나무. 桑楡日薄[상유일박], 桑楡晩景[상유만경],

   저녁 해의 그림자가 뽕나무와 느릅나무 가지에

   비쳐 있는 광경을 뜻하는 것으로,

   晩年[만년] 즉 늙은 나이를 비유해서 이르는 말.

   신하가 70이 넘어 임금으로부터 几杖[궤장]을 하사받고 하례드리거나,

   혹은 나이가 많아 辭職[사직]을 청할 때 늙은 나이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北闕[북궐] : 景福宮[경복궁]을 昌慶宮[창경궁]과 慶熙宮[경희궁]을 상대하여 이르는 말.

棠[당] : 齊[제] 나라 棠邑[당읍]에 있는 창고.

   孟子[맹자가]가 일찍이 제 나라에 등용되었을 때,

   마침 흉년이 들자 제왕에게 권하여 당읍의 창고를 열어서

   빈민을 구제하게 한 적이 있었는데,

   뒤에 맹자가 조정에서 물러난 이후에

   또 흉년이 들자, 陳瑧[진진]이 맹자에게 말하기를,

   "나라 사람들이 夫子[부자]께서 장차 다시

   당읍의 창고를 열게 할 것이라고 여기나,

   다시 그렇게 할 수 없을 듯합니다."하니,

   맹자가 이르기를 "그렇게 한다면 바로 馮婦[풍부]와 같은 사람이다.

   晉[진] 나라에 풍부란 사람이 있어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곤 하다가

   끝내 착한 선비가 되었었다.

   그 후 들판을 지나는데, 뭇 사람이 호랑이를 쫓으니,

   호랑이가 산기슭을 등지고 있어 아무도 감히 덤비지 못하고

   풍부에게 가서 그를 맞이하였다.

   그러자 풍부가 팔뚝을 뽐내고 수레에서 내리니,

   뭇 사람들은 기뻐하고, 선비는 그를 비웃었다."

   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盡心下[맹자 진심하].

 

白沙先生集卷之一[백사선생집1권] 詩[시] 1629년 간행본 인용

한국고전번역원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1991

李恒福[이항복, 1556-1618] : 일명 鰲城大監[오성대감].

   자는 子常[자상], 호는 弼雲[필운]·白沙[백사]·東岡[동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