梅泉墓[매천묘] 李建芳[이건방]
매천 황현의 묘
大地茫茫劫正蘭[대지망망겁정란] : 어둡고 아득한 대지에 순일한 난초를 겁탈하니
西臺月落暮江寒[서대월락모강한] : 서쪽 대에 달이 지며 저무는 강물은 울지를 않네.
秪今筆下愁無土[지금필하수무토] : 때마침 지금 붓 아래에 흙이 없어 시름겨운데
但畵春風莫畵蘭[단화춘풍막화란] : 오직 봄 바람은 그렸으나 난초는 그릴 수 없구나.
李建芳[이건방,1861-1939] : 자는 춘세, 호는 蘭谷[난곡].
宋時烈[송시열]과 그 계열의 학자들이
주자의 학설을 끌어다가 반대론자를 복종시키며,
말을 근사하게 꾸미나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大義[대의]를 빙자하여 큰 권세를 누렸다고 주장함.
자신의 학문이 실학적인 것임을 강조했는데,
실제로 그는 丁若鏞[정약용]의 저술을 외우다시피 했으며,
학문적 성격은 제자인 鄭寅普[정인보]에게 계승되어
일제강점기 민족주의 학문으로 발전되었다.
西臺[서대] : 謝翺[사고]는 월나라 사람으로
송나라 승상 文天祥[문천상]의 막하에 있었다.
원나라에 패해 죽자 12년 뒤 서대에서 文天祥[문천상]을 애도함.
無土[무토] : 송나라 말의 화가였던 鄭所南[정소남]은 송나라를 짓밟은
원나라의 흙에 뿌리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露根蘭[노근란]을 그리며 난초의 뿌리에 흙을 묻히지 않았습니다.
구한말의 항일 우국지사 이건방이
매천 黃玹[황현,1855-1910] 선생의 묘소에 올라 시를 지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매천의 묘소를 홀로 올라 참배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어둠에 묻힌 대지는
온통 순일한 난초를 겁탈하려는 큰 재난에 뒤덮여 있습니다.
망국을 개탄하며 자결한 지사의 무덤은 어둡고 쓸쓸합니다.
그 앞에서 나 같은 글쟁이는 무엇을 써야 하나?
선비의 고결한 자태를 상징하는 난초는 그리지 말자.
난초는 땅을 함께 그려야 하건만 國土[국토]를 잃은 망국민의 처지가 아닌가?
일단 땅을 밟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봄바람이나 그리자.
땅을 되찾는 그날에는 난초를 멋지게 그리리라.
매천의 무덤 앞은 땅을 잃은 無土[무토]의 지사가 울분을 토해내기 좋은 곳,
고결하고 매서운 두 志士[지사]의 영혼에 옷깃이 여며진다.
'선조님들의 역사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十月初五日曉[시월초오일효]夢拜孝廟[문배효묘]覺而書感[각이서감] (2) | 2024.10.19 |
---|---|
題沖庵詩後[제충암시후] (0) | 2024.09.16 |
送鄭郞中赴燕[송정랑중부연] (0) | 2024.07.22 |
書卽事[서즉사] (0) | 2024.07.01 |
蟹鷄苦[해계고] (0) | 2024.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