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님들의 역사자료

梅泉墓[매천묘]

돌지둥[宋錫周] 2024. 9. 6. 22:12

梅泉墓[매천묘]    李建芳[이건방]

매천 황현의 묘

 

大地茫茫劫正蘭[대지망망겁정란] : 어둡고 아득한 대지에 순일한 난초를 겁탈하니

西臺月落暮江寒[서대월락모강한] : 서쪽 대에 달이 지며 저무는 강물은 울지를 않네.

秪今筆下愁無土[지금필하수무토] : 때마침 지금 붓 아래에 흙이 없어 시름겨운데

但畵春風莫畵蘭[단화춘풍막화란] : 오직 봄 바람은 그렸으나 난초는 그릴 수 없구나.

 

李建芳[이건방,1861-1939] : 자는 춘세, 호는 蘭谷[난곡].

   宋時烈[송시열]과 그 계열의 학자들이

   주자의 학설을 끌어다가 반대론자를 복종시키며,

   말을 근사하게 꾸미나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大義[대의]를 빙자하여 큰 권세를 누렸다고 주장함.

   자신의 학문이 실학적인 것임을 강조했는데,

   실제로 그는 丁若鏞[정약용]의 저술을 외우다시피 했으며,

   학문적 성격은 제자인 鄭寅普[정인보]에게 계승되어

   일제강점기 민족주의 학문으로 발전되었다.

西臺[서대] : 翺[사고]는 월나라 사람으로  

   송나라 승상 文天祥[문천상]의 막하에 있었다.

   원나라에 패해 죽자 12년 뒤 서대에서 文天祥[문천상]을 애도함.

無土[무토] : 송나라 말의 화가였던 鄭所南[정소남]은 송나라를 짓밟은

   원나라의 흙에 뿌리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露根蘭[노근란]을 그리며 난초의 뿌리에 흙을 묻히지 않았습니다.

 

구한말의 항일 우국지사 이건방이

매천 黃玹[황현,1855-1910] 선생의 묘소에 올라 시를 지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매천의 묘소를 홀로 올라 참배하고

사방을 둘러보니 어둠에 묻힌 대지는

온통 순일한 난초를 겁탈하려는 큰 재난에 뒤덮여 있습니다.

망국을 개탄하며 자결한 지사의 무덤은 어둡고 쓸쓸합니다.

그 앞에서 나 같은 글쟁이는 무엇을 써야 하나?

선비의 고결한 자태를 상징하는 난초는 그리지 말자.

난초는 땅을 함께 그려야 하건만 國土[국토]를 잃은 망국민의 처지가 아닌가?

일단 땅을 밟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봄바람이나 그리자.

땅을 되찾는 그날에는 난초를 멋지게 그리리라.

매천의 무덤 앞은 땅을 잃은 無土[무토]의 지사가 울분을 토해내기 좋은 곳,

고결하고 매서운 두 志士[지사]의 영혼에 옷깃이 여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