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奎報

醉中走筆[취중주필]贈李淸卿[증이청경]

돌지둥[宋錫周] 2025. 6. 28. 10:20

醉中走筆[취중주필]贈李淸卿[증이청경]     李奎報[이규보]

취중에 붓을 달려 이청경에게 주다.

 

去年園上落花叢[거년원상락화총] : 지난 해 동산 위에는 꽃 떨기가 떨어지더니
今年園上依舊紅[금년원상의구홍] : 올해에도 동산 위에는 붉은빛이 변함없구나.
唯有去年花下人[유유거년화하인] : 생각하니 지난 해 꽃 아래에 있었던 사람은 
今年花下白髮翁[금년화하백발옹] : 올해에는 꽃 아래의 늙은이는 흰 머리로구나.
花枝不減年年好[화지불멸년년호] : 꽃 가지는 줄지 않으니 해마다 아름다운데
應笑年年人漸老[응소년년인점로] : 응당 해마다 점점 늙어 가는 사람을 비웃네.
春風且暮又卷歸[춘풍차모우권귀] : 봄 바람 또한 저물어 다시 거두어 돌아가니
愼勿對花還草草[신물대화환초초] : 제발 꽃을 마주해 초라하게 돌아보지 말게나.
我歌君舞足爲歡[아가군무족위환] : 나의 노래와 그대의 춤에 기쁨이 넉넉할텐데
人生行樂苦不早[인생행락약부조] : 인생 행락함을 서두르지 않고 괴로워하는가.
顚狂不顧旁人欺[전광불고방인기] : 미쳐 넘어져도 돌보지 않고 옆에 사람 깔보며
要使千鍾如電釂[요사천종여전조] : 반드시 천 잔 술잔 번개같이 마시고 따르리라.
君不見[군불견] :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劉郞飮酒趁芳菲[유랑음주진방비] : 유랑이 술을 마시면서 꽃다운 향기 뒤 쫓으며
解道風情敵年少[해도풍정적년소] : 이치 깨달아 풍치와 정취 어린 나이에 겨뤘네.

又不見[우불경] : 또 보지 못했는가 

東坡居士簪花老不羞[동파거사잠화로불수] : 동파거사 꽃을 꽂고 늙음 부끄러워 않고
醉行扶路從人笑[취행포로종인소] : 취햐여 길을 기어 가니 따르는 사람들 비웃었네.
古來得意只酒杯[고래득의지주배] : 예로부터 뜻을 이루어 자랑하려면 술과 술잔 뿐
莫辭對月傾金罍[막사대월경금루] : 달을 마주해 금 술잔을 기울이길 사양하지 말게.
榮華富貴一笑空[영화부귀일소공] : 영화와 부귀는 부질없는 하나의 웃음거리이니
請看魏虎銅雀臺[청강위호동작대] : 청하여 용맹한 위 무제의 동작대 노래를 보게나.

 

淸卿[청경] : 李湛之[이담지,?-?]의 자, 죽림고회ㆍ강좌칠현의 한 사람으로

   이인로ㆍ오세재ㆍ임춘ㆍ조통ㆍ황보항ㆍ함순과 詩友[시우]이다.

   이규보의 論走筆事略言[논주필사약언]에는

   그를 走筆[주필]의 창시자로 기록하고 있다.

草草[초초] : 몹시 간략함, 갖출것을 다 갖추지 못하여 초라함, 바쁘고 급함.

人生行樂[인생행락] : 人生行樂耳[인생행락이], 인생은 짧은 것이므로

   그저 즐겁게 살아야 한다는 뜻,

   세상을 버리고 스스로 자유 분방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하는 말.

劉郞[유랑] : 唐[당] 나라 劉禹錫[유우석] ?, 허탕한 짓을 일삼는 사람.

   현도관에는 본디 아무런 꽃도 없었는데,

   유우석이 朗州司馬[낭주사마]로 폄척되었다가 10년 만에 풀려나 돌아와 보니,

   그 동안에 어느 도사가 현도관에 仙桃[선도]를 가득 심어 놓아서

   꽃의 화려하기가 마치 붉은 紅霞[홍하, 붉은 노을]과 같았으므로,

   유우석이 꽃구경한 제군에게 준 시에

   紫陌紅塵拂來[자맥홍진불래] : 장안 거리 붉은 먼지가 얼굴을 스치는데,

   無人不道看花回[무인부도간화회] : 사람마다 꽃구경하고 돌아온다 하누나.

   玄都觀裏桃千樹[현도관리도천수] : 현도관 안의 복숭아나무 일천 구루는,

   盡是劉郞去後栽[진시유랑거후재] : 모두가 유량이 떠난 뒤에 심은 거라오.

東坡居士[동파거사] : 蘇軾[소식]의 호.

   소식의 吉祥寺賞牧丹詩[길상사상모란]시에

  人老簪花不自羞[인로잠화부자수] : 늙은이는 머리 위에 꽃 꽂고 부끄러워하지 않건만,

  花應羞上老人頭[화응수상로인두] : 꽃이야 응당 늙은이 머리에 있기 부끄러우리.

銅雀臺[동작재] : 위나라의 조조가 업의 북서쪽에 지은 누대.

  樂府歌詞[악부가사]의 이름. 이 동작대 가사의 내용은

   魏 武帝[위 무제] 삼국시대의 曹操[조조]가 죽을 무렵에 

   그의 妓妾[기첩]들을 戀戀[연연]한 일과 그의 기첩들이 무제가 죽은 뒤에

   쓸쓸히 무제의 은총을 추모하는 등의 일을 서술하였다 함.

 

東國李相國全集卷第二[동국이상국전집제2권]古律詩[고율시]

李奎報[이규보, 1168-1241] : 자는 春卿[춘경], 호는 白雲居士[백운거사]

  만년에는 시, 거문고, 술을 좋아해 三酷好先生[삼혹호선생]이라고 불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