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

賣炭翁[매탄옹]

돌지둥[宋錫周] 2024. 3. 12. 08:59

賣炭翁[매탄옹]   白居易[백거이]

숯 파는 노인

 

伐薪燒炭南山中[벌신소탄남산중] : 남산 속에서 땔나무 베어 불태워 만든 숯

滿面塵灰煙火色[만면진회연화색] : 얼굴엔 불빛 연기에 재와 티끌이 가득하네.

兩鬢蒼蒼十指黑[양빈창창십지흑] : 양쪽 귀밑털 회백색에 열 손가락은 검은데

賣炭得錢何所營[매탄득전하소영] : 숯을 팔아 앋은 돈으로 어느 곳에 경영할까

身上衣裳口中食[신상의상구중식] : 몸에 올릴 옷과 바지에 입 안의 먹거리라네.

可憐身上衣正單[가련신상의정단] : 가엾고 불쌍하네 몸 위의 옷 참으로 바른데

心憂炭價願天寒[심우탄가원천한] : 마음은 숯 값 근심하며 차가운 날씨 원하네.

夜來城外一尺雪[야래성외일척설] : 밤 돌아오니 성 밖에는 눈이 한자나 내리어

曉駕炭車輾冰轍[효가탄거전빙철] : 새벽에 숯 수레 멍에지고 얼음 자국 구르네.

牛困人飢日已高[우곤인기일이고] : 소는 지치고 사람 굶주려 해는 이미 높은데

市南門外泥中歇[시남문외니중헐] : 시장 남쪽 문 밖의 진흙 가운데서 쉬는구나.

翩翩兩騎來是誰[편편양기래시수] : 풍채 좋게 두 말탄 사람 오니 무릇 누구인가

黃衣使者白衫兒[황의사자백삼아] : 누런 옷을 입은 관리와 흰 적삼의 아이라네.

手把文書口稱敕[수파문서구칭칙] : 손으로 문서를 잡고 입으로 조서를 부르니

回車叱牛牽向北[회거질우견향북] : 수레 돌려 소를 꾸짖어 북쪽을 향해 이끄네.

一車炭[일거탄] 千余斤[천여근] : 수레 하나의 숯에 일천여 근이니

宮使驅將惜不得[궁사구장석부득] : 대궐 관리 몰고가니 아까워도 잡지 못하네.

半匹紅紗一丈綾[반필홍사일장능] : 반 필의 붉은 비단에 열 자의 문늬있는 비단

繫向牛頭充炭值[계향우두충탄치] : 소머리 향해 매어주고 숯 갑을 충당하네.

 

시에는 ‘황실의 물품 구매 방식이 마음 아프다’라는 부제까지 붙어 있다. 

이 시는 賣炭翁[매탄옹] 숯 장사하는 노인,

백성을 포악한 관리가 勅命[칙명]을 사칭하여 수탈하는 고발성 시다.

宮市[궁시]는 당나라때 궁중에서 필요한 물자를 강제적으로

싼값에 收買[수매]하는 기관으로 宦官[환관]들이 거래했다고 한다.

官權[관권]을 앞세워 민생 재산을 수탈하는 기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타락상을 보고 백거이가 시로 고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