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가을

秋懷[추회]

돌지둥[宋錫周] 2025. 5. 24. 11:01

秋懷[추회]  側體[측체]  權韠[권필]

가을의 회포.    측체로 쓰다.

 

柴荊寂寞無人跡[시형적막무인적] : 누추한 집은 적막하여 사람들 자취도 없고
中酒多年與世隔[중주다년여세격] : 술에 중독된 지 여러 해라 세상과 멀어졌네.
諸葛休誇管樂儔[제갈휴과관악주] : 제갈은 관중 악의 무리 비겨 자랑하지 말라
荊公正笑春秋學[형공정소춘추학] : 형공은 때마침 춘추의 학문을 비웃었다네.
牀蟲喞喞語深秋[상출즉즉어심추] : 마루의 벌레는 즉즉즉 가을 깊어 소리내고
籬蕊盈盈斂寒夕[이예영영렴한석] : 울타리 꽃술 가득 차 저녁 추위에 움추리네.
獨背孤燈枕手眠[독배고등침수면] : 외로운 등불 홀로 등진 채 팔 베개에 자려니
雲山入夢參差碧[운산입몽참치벽] : 구름 산이 꿈에 들어와 들쭉 날쭉 푸르구나.

 

柴荊[시형] : 섶과 가시나무로 문을 단 집, 누추한 집.

管樂[관악] : 春秋[춘춘] 시대 齊[제]나라의 名相[명상]인 管仲[관중]과

   戰國[전국] 시대 燕[연]나라의 명장인 樂毅[악의]의 병칭.

諸葛[제갈] : 諸葛亮[제갈량]이 襄陽[양양]의 隆中[융중]에서 농사지으며 은거할 때

   梁甫吟[양보음]을 즐겨 부르면서 자신을 관중과 악의에 비겼는데,

   당시 사람들 가운데 아무도 이를 인정해 주지 않았으나

   오직 博陵[박릉]의 崔州平[최주평]과 穎川[영천]의 徐元直[서원직]이 인정해 주었다고 한다.

   世說新語 方正[세설신어 방정]

   제갈량은 결국 관중과 악의와 같은 공을 세우지 못하고

   魏[위]나라에게 천하를 빼앗겼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荊公[형공] : 北宋[북송]의 王安石[왕안석].

   그의 봉토가 荊[형] 땅이었기 때문에 형공이라 부르며,

   자는 介甫[개보], 호는 半山[반산]이다. 宋史[송사] 王安石傳[왕안석전]에

   "先儒[선유]의 傳注[전주]를 일체 무시했으며,

   春秋[춘춘]를 貶黜[폄출]하여 學官[학관]에 넣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장난삼아 《춘추》를 지목하여 斷爛朝報[단란조보]라 했다." 하였다.

   단란조보란 조정에서 발행하는 조보처럼

   殘缺[잔결, 온전하지 않고 깎이거나 덜림]된 곳이 많아 불완전한 책이란 뜻.

   蘇軾[소식]의 寄黎眉州[기여미주]에 왕안석을 가리켜

   "治經方笑春秋學[치경방소춘추학] : 경전 공부에는 바야흐로 춘추의 학문을 비웃나니

   好士今無六一賢[호사금무륙일현] :  좋은 선비로 지금은 어진 육일이 없구나." 하였다.

   六一[육일]은 六一居士[육일거사] 歐陽脩[구양수]를 가리킨다.

參差[참치] : 參差不齊[참치부제], 길고 짧고 들쭉 날쭉하여 가지런하지 아니함.

 

石洲集卷之二[석주집2권] 七言古詩[칠언고시]

權韠[권필, 1569-1612] : 자는 汝章[여장], 호는 石洲[석주]

  성격이 자유분방하고 구속받기 싫어하여

  벼슬하지 않은 채 야인으로 일생을 마쳤다.

  시재가 뛰어나 자기성찰을 통한 울분과 갈등을 토로하고,

  잘못된 사회상을 비판 풍자하는 데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