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 丁若鏞

病中對雨[병중대우]

돌지둥[宋錫周] 2023. 2. 1. 09:38

病中對雨[병중대우]

次韻楊誠齋秋雨十絶句戲效其體[차운양성재추우십절구희효기체]

鈍劣可咍[둔령가해] 又寄淞翁[우기송옹]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병중에 비를 만나 
양성재의 추우시 십절구에 차운하여 장난삼아 그 체를 모방해 보았으나,

둔박하고 졸렬하여 우습기만 하다. 또 송옹에게 부치다

 

澇天靑片忽晶明[노천청편홀정명] : 장마철에 동쪽 한 편이 갑자기 맑고 밝은데 
已識中含再雨情[이식중함재우정] : 이미 그 속에 다시 비 올 뜻 품었음을 알았네. 
始自白雲霏數點[시자백운비수점] : 비로소 몸소 흰 구름서 몇 방울 비를 내리다  
轟驅轁作怒濤聲[굉구감작로도성] : 벼락 내쳐 힘들게 되고 성난 파도 소리내네. 
不到淸秋死不休[부도청추사불휴] : 맑은 가을 오지 않으니 쉬지 못해 생기 없고 
積陰如海接雲頭[적음여해접운두] : 바다와 같이 쌓인 음기 구름 꼭대기 모였네. 
回思踊躍移秧日[회사용약이앙일] : 회상해보니 좋아서 뛰며 모내기를 하던 날 
縱瀉河來敢道愁[총사하래감도수] : 많이 쏟아내는 강물 오니 감히 근심 말했지. 
小牕南鑿受風輕[소창남착수풍경] : 남쪽에 뚫린 작은 창에 가벼운 바람 응하고
萬綠陰中一竅明[만록음중일규명] : 온갖 푸른 숲의 그늘 속에 한 구멍만 밝구나.  
每到斜飛扃鎖了[매도사비견쇄료] : 매양 거꾸로 비껴 날리면 문을 굳게 잠그고  
珊瑚打紙又新聲[산호타지우신성] : 산호로 종이를 치면 소리가 더욱 새롭구나.  
不必於蕉不必桐[불필어초불필동] : 파초를 따를 필요 없고 오동나무도 아닌데
萬聲渾入大聲中[만성혼입대성중] : 많은 소리가 큰 소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네. 
劇憐軟弱芙蓉骨[극련연약부용골] : 몹시도 가련할사 연하고 약한 연꽃의 뼈에 
橫被歡場一陣風[횡피환장일진풍] : 좋아하는 들판에 한바탕 바람 사납게 더하네.
決渠防埭已愁它[결겨방태이수타] : 터진 개천 둑 막으니 이미 그것이 괴롭히고 
滯馬停船恨更多[체마정선한경다] : 말이 막히고 배가 멈추니 한만 더욱 많구나.
不過五日飜憂旱[불과오일번우조] : 닷새도 지나지 않아서 뒤집어 가뭄 걱정하니 
縱使慈天柰汝何[종사자천나여하] : 설사 사랑하는 하늘인들 너를 어찌 나무랄까.  
痺骸口不絶呻唫[비해구불절신음] : 마비된 몸 말 못하고  끙끙대며 읊기를 끊고  
不怕朱炎獨怕霖[불파주염독파림] : 붉은 더위 두려워 않고 다만 장마가 두렵네. 
澤瀉陳皮都冷了[택사진피도랭료] : 택사와 진피는 모두 찬 것으로 알고있는데 
如何將息到秋深[여하장식도추심] : 어떻게 해야 문득 살아 깊은 가을에 이를까.  
群蛙喀喀起歡聲[군와객객기환성] : 개구리 무리는 꽉 꽉 기쁜 소리로 일어나며  
似爲愁人作警醒[사위수인작경성] : 시름하는 사람 위해 잠을 깨우는 것 같구나.   
別有小蛙生許小[별유소와생허소] : 따로 떨어진 작은 개구리 어이 그리 적은고 
梅梢端坐一身靑[매초단좌일신청] : 매화 나무 가지 끝에 앉은 한 몸이 푸르구나. 
百種名花已老生[백종명화이로생] : 온갖 종류의 이름난 꽃들 이미 시들고 나니 
燈籠石竹號時英[등롱석죽호시영] : 꽈리초와 패랭이풀은 매화에게 큰소리치네.  
風風雨雨何關事[풍풍우우하관사] : 바람이 불건 비가 오건 어떤 일이 관계할까 
敗葉殘枝尙係情[패엽잔지상계정] : 시든 잎새 쇠잔한 가지에 오히려 정을 매네. 
忽又濛濛細欲無[홀우몽몽세욕무] : 문득 다시 자욱한 비 가늘어 없어지려 하니  
不如依舊作麤疏[불여의구작취소] : 예전과 변함 없이 굵고 거친 것만 못하구나. 
金絲煙盡書編落[금사연진서변락] : 금실 같은 연기 다하여 글 짓기 이루고나서 
正是先生睡到初[정시선생수도초] : 바로 선생님께서 비로소 잠에 이르셨다네. 
瓦流牕電遞妨眠[와류창전체방면] : 기와 흐르며 창문 번개 번갈아 잠을 방해하니 
夏夜棲棲直抵年[하야처처직저년] : 여름 밤 바쁘고 고적하니 다만 일년 같구나. 
試作碧天澄霽想[시작벽천징제상] : 시험 삼아 푸른 하늘 맑게 개임을 상상하니 
一川風月浩無邊[일천풍월호무변] : 한 냇물 바람과 달빛이 끝없이 광대하구려  

 

誠齋[양성재] : 宋[송] 나라 때의 시인 楊萬里[양만리]의 호.

淞翁[송옹] : 尹永僖[윤영희 : 1761- ?], 자는 畏心[외심], 호는 松翁[송옹].

      진안현감 역임, 역적의 자손이 과거에 합격했다하여 관직이 평탄치 못함.

積陰[적음] : 계속하여 날이 흐림.

澤瀉[택사] : 택사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성질은 차며[寒] 맛이 달고[甘] 짜며[鹹] 독이 없다. 

陳皮[진피] : 익어서 오래 묵은 귤껍질을 말린 것.

燈籠[등롱] : 대나무나 쇠 따위로 살을 만들어 겉에 종이나 헝겊을 씌우고

     그 안에 등잔을 넣어 사용하는 등, 燈籠草[등롱초], 꽈리.

石竹[석죽] : 석죽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 패랭이. 石竹花[석죽화], 패랭이 꽃

時英[시영] : 매화의 다른 이름.

風風雨雨[풍풍우우] : 마음이 동요하는 모양, 정세가 어지러운 모양, 시련.

 

與猶堂全書[여유당전서]

第一集詩文集第六卷[제1집시문집제6권] 松坡酬酢[송파수작]

詩集[시집] 丁若鏞[정약용 : 1762-1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