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臥公館[독와공관]追悼政丞兄[추도정승형]
獨臥公館[독와공관]追悼政丞兄[추도정승형]
沈義[심의]
홀로 공관에 누워 정승 형을 추도하며
東嶺氷輪露半規[동령빙륜로반규] : 동쪽 산봉우리에 밝은 달이 반쯤 드러나니
樹林凌亂影參差[수림릉란영참치] : 나무 숲 어지럽고 그림자 들쭉 날쭉하구나.
江天忽灑無從涕[강천홀쇄무종제] : 강 하늘 문득 깨끗하여 눈물 자취도 없음은
爲是羈鴻叫斷時[위시기홍규단시] : 외로운 기러기 때맞춰 울음 끊어졌음이리라.
政丞兄[정승형] : 沈貞[심정, 1471-1531], 자는 정지, 호는 소요정.
1527년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에 올랐으나, 복성군의 옥사가 일어나자
김안로(金安老)의 탄핵으로 삭탈관직되고 강서로 유배되었다.
유배지에서 李沆[이항]·金克愊[김극핍]과 함께 신묘3간으로 지목되어 죽음을 당했다.
氷輪[빙륜] : 얼음과 같이 맑고 밝은 달.
凌亂[능란] : 순서와 차례가 뒤바뀌어 어지러움, 단정치 못함.
參差[참치] : 參差不齊[참치부제], 깊고 짧고 들쭉 날쭉하여 가지런하지 아니함.
어느 밤 관사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던 시인은
갑자기 영문 모를 눈물을 흘립니다.
애끓는 기러기 울음을 핑계 삼지만
실제론 죽은 형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지요.
세상이 증오하는 악인일지라도
형에 대한 안타까움마저 거둘 수는 없었겠지요.
시인의 형 沈貞[심정]은 南袞[남곤]과 함께 기묘사화를 일으켜
조광조 등 선비들을 참소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입니다.
1515년 이조판서에까지 승진했으나 삼사의 탄핵을 받아 물러났으며,
1518년에는 형조판서에 올랐으나
趙光祖[조광조] 등 신진사류의 탄핵으로 파직되고,
이어 정국공신도 삭탈당했습니다.
이에 조광조 등 사류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던
중 1519년 '주초위왕', '조씨전국'의 말을 퍼트리며
洪景舟[홍경주] 등과 함께 사화를 일으키고 사류들을 숙청했지요.
그는 말과 행동이 교활하고 권모술수에 능하여
당시 사람들이 智囊[지낭,꾀주머니]라고 불렀답니다.
‘己卯黨籍補[기묘당적보].
시인은 형이 잘못될까 항상 걱정했지만
형은 말을 듣지 않았으니 시인과 형도 생각이 달랐지만
우애는 깊었답니다.
형이 살아있을 때 시인은 형의 집에 갔다가 쥐구멍을 보고
"이것은 형이 훗날 나가고 싶어도 찾지 못할 구멍이니,
오늘 시험 삼아 한번 나가 보는 게 어떻소"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네요.
그 뒤 형이 賜死[사사]되자 시인은 울면서
"쥐구멍이 저기 있건만 형은 어디 갔는가"라고 슬퍼했답니다.
寄齋雜記[기재잡기]
시인은 형과 반목했다는 세평으로 인해
형의 죄에 연루되진 않았지만,
형에 대한 그리움을 종종 시에 드러냈습니다.
형제간 추억이 시인의 마음을 저리게 해서
형이 손수 심은 소나무만 봐도 눈물이 났다 하였네요.
到政丞兄家[도정승형가] 拭淚偶吟[식루우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