次李太白紫極宮感秋詩[차이태백자극궁감추시]
次李太白紫極宮感秋詩[차이태백자극궁감추시]
李瀷[이익]
이태백의 자극궁감추사 시에 차운하다. 幷書[병서]
李白四十九作感秋詩[이백사십구작감추시]
後來蘇黃皆有和篇[후래황소개유화편]
我東如周愼齋[아동여주신재], 李退溪[이퇴계],
柳西厓諸先生亦莫不扳次其韻以寓感[유서애제선생역막불반차기운이우감]
余今年適四十九矣[여금년적사십구의]遂賦以述懷[수부이술회]
李白[이백]이 49세에 〈感秋詩[감추시]〉를 지었는데
그 후에 蘇東坡[소동파], 黃山谷[황산곡]이 모두 이 시에 和韻[화운]한 시를 지었다.
우리 동방에서는 周愼齋[주신재], 李退溪[이퇴계], 柳西厓[유서애] 등의 선생들도
모두 이 시에 차운하여 감회를 담았다.
내가 지금 나이가 마침 49세라 이 시를 읊어 회포를 기술한다.
愼齋[신재] : 周世鵬[주세붕, 1495-1554)의 호, 자는 景遊[경유]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인 白雲洞書院[백운동서원]을 창건.
東坡[동파] : 蘇軾[소식, 1037-1101]의 호, 자는 子瞻[자첨], 호는 東坡居士[동파거사]
山谷[산곡] : 黃庭堅[황정견, 1045-1105]의 호, 자는 노직, 다른 호는 산곡도인, 부옹.
退溪[퇴계] : 李滉[이황, 1501-1570].
西厓[서애] : 柳成龍[유성룡, 1542-1607]
澄澄有山月[징징유산월] : 맑고 맑은 산의 달빛은 넉넉하고
摵摵有園竹[색색유원죽] : 우수수 소리 뜰의 대나무 많구나.
優遊選良夜[우유선량야] : 좋은 밤을 가려서 한가히 노니니
灝氣不可掬[호기불기국] : 밝은 기운 가히 움키지 못하네.
四十九年感[사십구년감] : 지난 사십구 년을 회상하는 마음
此懷非我獨[차회비아독] : 이 감회는 나 혼자만이 아니라네.
幽憂較百端[유우견백단] : 남 모를 근심 온갖 실마리 견주어
俛仰遺寢宿[면앙유친숙] : 굽어보고 위 보며 자고 쉼 잊었지.
知非卽斯存[지비즉사존] : 잘못 깨달음 바로 여기에 있으니
來歲何須卜[내세하수복] : 다음 해를 어찌 모름지기 점칠까
迷途且不遠[미도차불원] : 헷갈리는 길 또한 오래지 않으니
宛轉回車復[완전회거부] : 원활하게 수레를 다시 돌아키네.
身安入跟定[신안입근정] : 몸은 편안히 바짝 뒤따라 들며
圖反戒心覆[도반계심복] : 계획 어긋나 마음 엎어짐 경계하네.
經言聊自喜[경언료자희] : 경서의 말씀을 스스로 좋아하지만
著眼恐未熟[저안공미숙] : 는에 드러남 익숙지 않을까 두렵네.
幽憂[유우] : 남 모르는 근심.
百端[백단] : 온갖 일의 실미리, 여러가지 방법.
俛仰[면앙] : 俯仰[부앙], 아래를 굽어봄과 위를 쳐다봄.
知非[지비] : 지난 과거의 잘못을 깨달음. 50세를 이르는 말.
《淮南子[회남자]》〈原道訓[원도훈]〉에
"蘧伯玉行年五十[거백옥행오십년]知四十九年之非[지사십구년지비] :
거백옥은 나이 50세에 49년의 잘못을 알았다." 하였다.
이 말은 원래 인격과 학문이 계속 향상됨을 뜻.
卜[복] : 李白[이백]의 潯陽紫極宮感秋作[심양자극궁감추작]에
"四十九年非[사십구년비]一往不可復[일왕불가복] :
사십구 년의 잘못은, 한번 가면 돌이킬 수 없어라." 하였고,
退溪[퇴계] 이황의 〈石崙寺效周景遊次紫極宮感秋詩韻[석륜사효주경유차자극궁감추시운]〉에
四十九年非[사십구년비] 知之莫再卜[지지막재복] :
사십구 년의 잘못을, 알았으면 다시 점칠 것 없어라." 하였고,
西厓[서애] 유성룡의 〈退陶先生集中有次李白紫極宮詩謹步韻寄懷[퇴도선생집중유차이백자극궁시근보운기회]〉에
"往者亦如此[왕자역차비] 來者不可卜[내자불가복] :
지난 과거가 이와 같으니, 오는 미래를 점칠 수 없어라."하였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迷途[미도] : 晉[진]나라 陶淵明[도연명]의 歸去來辭[귀거래사]에
"實迷塗其未遠[실미도기미원]覺今是而昨非[작금시이작비] :
실로 길을 잃음이 멀지 않으니, 지금이 옳고 지난날이 그름을 깨달았다." 하였으며,
《주역》〈復卦[복궤] 初九[초구]〉에 不遠復[불원복] 无祗悔[무지회] 元吉[원길] :
"멀리 가지 않아서 돌아오는지라 후회에 이르지 않으니 크게 좋고 길하리라." 하였다.
宛轉[완전] : 窘塞[군색]한 데가 없이 順坦[순탄]하고 圓滑[원활]함.
跟定[근정] : 바짝 뒤를 따르다.
心覆[심복] : 춘추좌씨전 僖公[희공] 24년에
沐則心覆[목즉심복] 心覆則圖反[심복즉도반] :
머리를 감으면 마음이 뒤집히고 마음이 뒤집히면 계획이 어긋난다." 하였다.
이는 원래 머리를 감으면 머리를 숙여 심장이 머리보다 높이 올라가게 되는 것을 두고 말한 것인데
여기서는 이 말을 문맥에 맞게 응용하였다.
李瀷[이익, 1681-1763] : 자는 子新[자신], 호는 星湖[성호]
조선 후기의 실학을 집대성한 실학자.
남인 집안 출신으로 아버지의 유배지에서 태어나
세상에 도움이 되는 학문에만 주력했으며,
그의 사상은 정약용을 비롯한 후대 실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