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거이

弔白居易[조백거이]

돌지둥[宋錫周] 2024. 3. 26. 12:49

弔白居易[조백거이]  宣宗[선종]

백거이를 애도하다.

 

綴玉聯珠六十年[철옥련주륙십년] : 옥을 꿰어 맨 연주시 지은지 육십년인데

誰敎冥路作詩仙[수교명로작시선] : 누가 명하여 하늘 길에서 시의 신선 되게 했나.

浮雲不繫名居易[부운불계명거이] : 덧 없는 세상에 매이지 않으니 이름은 거이요

造化無爲字樂天[조화무위자낙천] : 자연의 그대로 조화로우니 자는 낙천이라네.

童子解吟長恨曲[동자해음장한곡] : 동자 아이들도 장한가의 노래를 풀이해 읊고

胡兒能唱琵琶篇[호아능창비파편] : 오랑캐 아이들도 비파행 시문을 능히 부르네.

文章已滿行人耳[문장이만행인이] : 글월 문장 이미 다니는 사라들 귀에 가득하고

一度思卿一愴然[일도사경일창연] : 한 번 그대를 생각하려니 잠시 몹시 슬퍼지네.

 

宣宗[선종] : 당나라 임금[810-859]

綴玉[철옥] : 옥을 꿰어 맴.

聯珠[연주] : 구슬을 뀀, 꿴 구슬. 聯珠詩[연주시],  

   七句[7언절구]로 된 詩[당시]를 추려 모은 시집.

冥路[명로] : 사람이 죽은 뒤에 간다는 영혼의 세계.

造化[조화] : 만물을 낳고 자라게 하고 죽게 하는,

   영원무궁한 대자연의 이치.

無爲[무위] : 자연 그대로 되어 있고 사람이 힘들어 하지 않음,

   緣[인연]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닌 滅[생멸] 變[불변]의 것.

   하는 일이 없음.

 

 

한 시인이 죽어서

‘시선’이 되었으리라 평가한 건

고인에 대한

최고의 哀悼辭[애도사]이리라.

원래 이 칭호는

이백의 탁월한 시재를

상징하는 대명사로만

쓰였는데 말이다.

 

하물며 그 애도의 주체가

황제의 신분인 바엔.

백거이가 사망한 지

얼마 후 즉위한 선종이

고인의 문학적 성과와

삶의 궤적에 대해 보낸 찬사는

실로 구체적이다.

우선 60년 창작의 성과를

‘주옥같다’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중 대표작은 어린애나

이방인까지도

입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누구든 길을 걷다 보면

접할 수 있는 게 또

고인의 작품이라고 찬탄했다.

 

뿐이랴.

이 시에서는 무위자연의

도가적 삶을 지향하면서

세속의 명리에 초연했던

고인의 낙천적 성품까지

우러르고 있으니

최상의 예우를 갖춘

追念[추념]의 시로 손색이 없겠다.

 

시인에 대한

당 황제의 예우가

각별했던 사례는 부지기수.

여황제 武則天[무측천]은

신하들과의 나들이에서

黃袍[황포, 곤룡포]를

상으로 내걸고 시재를 겨루게 했고,

玄宗[현종]은 이백의 시재에 반하여

즉석에서 관리로 발탁했다.

憲宗[헌종]은 백거이 시의

현실성을 높이 사

외직에 있던 그를

조정으로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