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白居易[조백거이]
弔白居易[조백거이] 宣宗[선종]
백거이를 애도하다.
綴玉聯珠六十年[철옥련주륙십년] : 옥을 꿰어 맨 연주시 지은지 육십년인데
誰敎冥路作詩仙[수교명로작시선] : 누가 명하여 하늘 길에서 시의 신선 되게 했나.
浮雲不繫名居易[부운불계명거이] : 덧 없는 세상에 매이지 않으니 이름은 거이요
造化無爲字樂天[조화무위자낙천] : 자연의 그대로 조화로우니 자는 낙천이라네.
童子解吟長恨曲[동자해음장한곡] : 동자 아이들도 장한가의 노래를 풀이해 읊고
胡兒能唱琵琶篇[호아능창비파편] : 오랑캐 아이들도 비파행 시문을 능히 부르네.
文章已滿行人耳[문장이만행인이] : 글월 문장 이미 다니는 사라들 귀에 가득하고
一度思卿一愴然[일도사경일창연] : 한 번 그대를 생각하려니 잠시 몹시 슬퍼지네.
宣宗[선종] : 당나라 임금[810-859]
綴玉[철옥] : 옥을 꿰어 맴.
聯珠[연주] : 구슬을 뀀, 꿴 구슬. 聯珠詩[연주시],
七言絕句[7언절구]로 된 唐詩[당시]를 추려 모은 시집.
冥路[명로] : 사람이 죽은 뒤에 간다는 영혼의 세계.
造化[조화] : 만물을 낳고 자라게 하고 죽게 하는,
영원무궁한 대자연의 이치.
無爲[무위] : 자연 그대로 되어 있고 사람이 힘들어 하지 않음,
因緣[인연]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닌 生滅[생멸] 不變[불변]의 것.
하는 일이 없음.
한 시인이 죽어서
‘시선’이 되었으리라 평가한 건
고인에 대한
최고의 哀悼辭[애도사]이리라.
원래 이 칭호는
이백의 탁월한 시재를
상징하는 대명사로만
쓰였는데 말이다.
하물며 그 애도의 주체가
황제의 신분인 바엔.
백거이가 사망한 지
얼마 후 즉위한 선종이
고인의 문학적 성과와
삶의 궤적에 대해 보낸 찬사는
실로 구체적이다.
우선 60년 창작의 성과를
‘주옥같다’는 한마디로 요약했다.
그중 대표작은 어린애나
이방인까지도
입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누구든 길을 걷다 보면
접할 수 있는 게 또
고인의 작품이라고 찬탄했다.
뿐이랴.
이 시에서는 무위자연의
도가적 삶을 지향하면서
세속의 명리에 초연했던
고인의 낙천적 성품까지
우러르고 있으니
최상의 예우를 갖춘
追念[추념]의 시로 손색이 없겠다.
시인에 대한
당 황제의 예우가
각별했던 사례는 부지기수.
여황제 武則天[무측천]은
신하들과의 나들이에서
黃袍[황포, 곤룡포]를
상으로 내걸고 시재를 겨루게 했고,
玄宗[현종]은 이백의 시재에 반하여
즉석에서 관리로 발탁했다.
憲宗[헌종]은 백거이 시의
현실성을 높이 사
외직에 있던 그를
조정으로 불러들이기까지 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