偶吟[우음]
偶吟[우음] 白沙 李恒福[백사 이항복]
우연히 읊다.
理本吾身不昧靈[이본오신불매령] : 이치란 본디 내 몸에는 허령불매하건만
豈須探索向冥冥[기수탐색향명명] : 어찌 반드시 어두운 곳을 향해 탐색할까.
此心妙運人兼道[차심묘운인겸도] : 이 마음의 오묘한 운용 인심과 도심 겸하여
前聖微言一與精[전성미언일여정] : 옛 성인의 뜻 깊은 말은 모든 정신 함께하네.
剝去政如塵翳鏡[박거정여진예경] : 거울 가리는 티끌을 바루어 맞서 벗겨버리니
歸來眞是耳司聽[귀래진시이사청] : 귀로 살피어 듣는 듯이 진정으로 돌아오리라.
閑尋蠹簡成悱憤[한심두간성비분] : 등한히 찾은 좀 먹은 문서 큰 울분 표현 못해
獨對新晴倚草亭[독대신청의초정] : 홀로 막 갠 하늘 마주해 초정에 기대 있노라
不昧靈[불매령] : 虛靈不昧[허령불매],
私心[사심]이 없고 靈妙[영묘]하여 어둡지 않다는 뜻,
마음의 實體[실체]와 作用[작용]을 비유.
사람의 마음은 공허하여 형체가 없으나,
그 기능은 거울처럼 맑고 환함을 이른다.
《大學[대학]》 經一章[경일장] 明德[명덕]의 주석에
"명덕이란 사람이 하늘에서 타고난 것으로,
허령불매하여 衆理[중리, 뭇 이치]를 갖추어
만사에 응하는 것이다." 하였다.
人兼道[인겸도] : 人心[인심]은 物欲[물욕]의 마음을 가리키고,
道心[도심]은 물욕에 가리지 않은 道義[도의]의 마음을 가리키는데,
舜[순] 임금이 禹[우] 임금에게 이르기를,
人心惟危[인심유위] : 인심은 위태롭기만 하고
道心惟微[도심유미] : 도심은 희미하기만 하니,
惟精惟一[유정유일] : 오직 정밀하고 전일하여야만
允執厥中[윤집궐중] : 진실로 그 중도를 잡을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書經[서경] 大禹謨[대우모]》
冥冥[명명] : 드러나지않고 으슥함, 아득하고 그윽함.
微言[미언] : 뜻이 깊은 말, 넌지시 하는 말.
萬類沄沄我最靈[만류운운아최령] : 모든 무리 넓고 넓어도 나의 정신 최상인데
靈源胡乃久昬冥[영원호내구혼명] : 정신의 근원 어찌 또 오래도록 흐리고 어둡나 ?
休嗟白髮如絲白[휴차백발여사백] : 머리털 희어짐에 탄식 멈추고 흰 실에 맞서서
要在精思似鍊精[요재정사사련정] : 정성의 마음에 요점 있으니 세밀히 단련하네.
寒水月明唯獨玩[한수명월유독완] : 찬 강물에 밝은 달을 다만 홀로 감상하려니
瑤琴絃絶與誰聽[요금현절여수청] : 줄이 끊긴 옥 거문고 누구와 더불어 들어주나.
安車整轡多蹊逕[안거정비다혜경] : 안거에 고삐 정돈해 때마침 좁은길 지나려니
此路無由問考亭[차로무곡문고정] : 이 길이 도리가 아닌지 주희에게 물어보네.
沄沄[운운] : 물이 소용돌이치거나 빙빙 돌아서 흐르는 모양,
넓고 넓은 모양물이 솟구쳐 흐르는 모양,
목소리가 우렁차고 멀리까지 들리는 모양.
安車[안거] : 편안한 수레, 앉아서 탈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수레.
考亭[고정] : 宋의 朱熹[주희] 朱子學[주자학]를 말함,
고정은 福建省[복건성] 建陽縣[건양현]에 있는 지명인데,
주희가 만년에 살았던 곳임.
考亭書院[고정서원]의 賜額[사액]을 받아 일컫게 됨.
白沙先生集卷之一[백사선생집1권] 詩[시]
李恒福[이항복], 1556-1618,일명 鰲城大監[오성대감].
자는 子常[자상], 호는 弼雲[필운]·白沙[백사]·東岡[동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