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題九拙菴[제구졸암]

돌지둥[宋錫周] 2024. 8. 9. 21:12

題九拙菴[제구졸암]上梁明府[상량명부] 喜[희]  栗谷 李珥[율곡이이]

菴在嶺南[암재영남]是明府幽棲之所[시명부유처지소]

自號九拙[자호구졸]謂性拙[위성졸]貌拙[모졸]言拙[언졸]

文拙[문졸]射拙[사졸]官拙[관졸]與朋友交拙[여붕우교졸]

爲身謀拙[위신모졸]爲子孫計拙也[위자손계졸야]

구졸암에 쓰다. 상량문은 군수 휘가 썼다.

초막은 고개 남쪽에 있으며 이는 군수의 그윽히 은거하던 거소이다.

스스로 호를 구졸이라하며, 이르길 성품이 옹졸하고,용모가 옹졸하며

말솜씨가 없으며, 문장은 뒤떨어지고, 벼슬길은 곤궁하며

더불어 벗과 친구를 사귐에 서툴고, 내 몸을 지키기 위한 꾀에 뒤떨어지고

자식과 손주를 위한 계획에 불우하다 하였다.

 

大朴散生巧[대박산생교] : 심하게 소박해도 교묘히 생겼다 흩어지고

拙乃物之初[졸내물지초] : 쓸모가 없어도 곧 만물의 시초가 된다네.

使君已聞道[사군이문도] : 사군께서는 이미 도를 듣고 깨달으셨기에

自修恒有餘[자수항유여] : 스스로 익히시니 항상 여유가 넉넉하셨지.

直性乘眞率[직성승진솔] : 옳바른 성픔 진실하고 솔직하게 헤아리고

古貌又淸疏[고모우청소] : 옛스러운 자태 또한 한가하게 트이었었지.

有言實不華[유언실불화] : 말이 있으면 화려하지 않게 책임 다하고

有文鬱而舒[유문울이서] : 넉넉한 문장은 아름답게 이어 드러냈네.

觀德不主皮[관덕부주피] : 활쏘기에 과녁 뚫기를 위주로 하지않고

宦遊任乘除[환유임승제] : 벼슬로 떠돌며 세상 흥망성쇠에 맡기네.

貧交淡若水[빈교담약수] : 가난하게 사귀니 물과 같이 담백하고

屢空常晏如[누공상안여] : 항상 가난하니 떳떳하고 편한 것 같구나.

子孫遺以安[자손유이안] : 자식과 손자에게는 편안함을 남기었고

負郭無菑畬[부곽무치여] : 성에 의지하나 묵정밭과 새 밭도 없다네.

裝點此九拙[장점차구졸] : 꾸며 고쳐도 이 아홉가지가 옹졸하다며

作扁揭林居[작편게림거] : 편액을 만들어 사는 거처에 게시하였다.

一菴小如舟[일암소여주] : 첫번 째 초막은 작은 배와 같았는데

細逕直通閭[세경직통려] : 가는 좁은 길이 마을과 곧게 통하였네.

土砌種節友[토체종절우] : 흙을 겹쳐 쌓아 계절의 벗을 심었고

峯翠蘸淸渠[봉취잠청거] : 푸른 봉우리 맑은 개울에 담가두었네.

簷前蔓龍鬚[첨전만룡수] : 처마 앞에는 용수(왕골)이 퍼져있고

柳下觀游魚[유하관유어] : 버드나무 아래 떠도는 물고기 보이네.

逍遙岸烏紗[소요안사모] : 언덕에서 오사모 쓰고 슬슬 거닐면서

野老牽衣裾[야로견의거] : 시골 늙은이 옷과 옷자락을 이끄네.

夕日曖山城[석일애산성] : 저무는 해에 산의 성은 희미한데

嵐光落幽廬[남광락유려] : 산 아지랑이 아득한 농막에 떨어지네.

入室人語靜[입실인어정] : 거실에 드니 사람들 말소리 조용하고

四壁盈圖書[사벽영도서] : 사방 벽에는 글과 그림이 가득하구나.

俯仰生事足[부앙생사족] : 굽어보고 내려보며 사는 일 넉넉하고

拙境樂只且[졸경락지차] : 곤궁한 처지라도 또한 편안할 뿐이네.

聊將拙作郡[요장졸작군] : 에오라지 장차 질박한 고을을 만들어

愛民勞拮据[애민로길거] : 백성 사랑해 쉴 틈 없이 바쁘게 애쓰리.

催科自考下[최과자고하] : 세금 낼 기한엔 스스로 살펴서 내리고

四野樂耕鋤[사야락경서] : 사방 들판에 밭 갈고 김 매며 즐기네. 

苦被赤子挽[고피적자만] : 병이든 갓난 아이 당기어 베풀어 주고

南望吟歸歟[남망음귀여] : 남쪽 바라보며 돌아가는 노래를 읊네.

江干訪散人[강간방산인] : 강 줄기를 찾았던 사람들 흩어지고

映林孑干旟[영림헐간기] : 숲에 비치는 방패와 기만 외롭구나.

薤水愧無箴[해수괴무잠] : 염교와 물의 훈계가 없음이 부끄럽고

木瓜挑瓊琚[목과도경거] : 모과나무 열매 아름다운 선물로 취하네.

何當陪杖屨[하당배장리] : 어찌 마땅히 지팡이와 짚신을 모실까

一宿雲窓虛[일숙운창허] : 하룻 밤 묵으니 헛되이 창문만 높구나.

 

九拙菴[구졸암] : 梁喜[양희,1515-1580] 의 호,  자는 懼而[구이].

  파주목사, 장례원 판결사, 동지사 등을 역임한 문신.

   1580년 冬至使[동지사]로 명나라에 갔다가 玉河[옥하]의 객관에서 병사.

明府[명부] : 明府君[명부군], 漢魏[한위]시대 郡守[군수]의 칭호.

觀德[관덕] : 훌륭한 덕행을 드러내 보임, 덕행을 살피어 알수 있다는 뜻으로

   활쏘기를 달리 이르는 말.

乘除[승제] : 곱하기와 나누기, 세상일의 흥망과 성쇠.

拮据[길거] : 애써서 몸시 바삐 일함,

   재정이 넉넉하지 못하여 어려운 살림을 함.

催科[최과] : 납세 기한이 가깝게 다가옴, 세금을 독촉하다.

薤水[해수] : 후한 龐參[방삼]漢陽 太守[한양 태수]로 부임하여

   高士[고사]任棠[임당]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가 아무 말 없이

   薤一大本[해일대본] : 염교의 큰 뿌리 하나

   水一盂[수일우] : 물 한 사발을 문 앞에 놓고는

   손자 아이를 품에 안고 엎드려 있자, 방삼이 한참 동안 그 의미를 생각하다가 

   ‘물처럼 청렴하고, 염교 뿌리를 뽑아 버리듯 힘 있는 자를 억누르고, 

   손자 아이처럼 약한 백성을 돌보아 주라는 뜻임을 깨닫고는 돌아가서 그

   대로 실천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지방 장관이 청렴하게 지내면서 豪族[호족]을 진압하고

  백성을 보살피는 것을 말함. 後漢書 卷51[후한서 51권] 龐參列傳[방삼열전].

瓊琚[경거] : 아름다운 옥, 존귀하고 아름다움, 훌륭한 선물.

 

栗谷先生全書卷之一[율곡선생전서1권] 詩[시] 上 1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 표점 한국문집총간 | 1989

李珥[이이, 1536-1584] : 자는 叔獻[숙헌], 호는 栗谷[율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