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여름

圓覺寺東上室[원각사동상실] 4

돌지둥[宋錫周] 2024. 3. 21. 07:09

圓覺寺東上室[원각사동상실] 4

金守溫[김수온]徐居正[서거정]洪允成呼韻[홍윤성호운]

時金時習悅卿在坐之右[시김시습열경재좌지우]

洪裕孫[홍유손]

원각사 동쪽 주지의 방에

김수온, 서거정, 홍윤성이 운을 부르자

때마침 열경 김시습이 우측에 앉아 있었다.

 

雅量滄波萬頃三[아량창파만경삼] : 맑은 도량의 큰 파도는 거듭 만 이랑이라

洗乎士氣濁於泔[세호사기탁어감] : 뜨물 같이 혼탁한 선비의 기개 씻어 내네.

金犀帶映金沙動[금서대영금사동] : 금빛 무소뿔 띠에 금빛 모래 옮겨 비추고 

玉筍班▦玉斝酣[옥순반    옥가감] : 옥순의 반열에 듦을 옥 술잔으로 즐기네.

垂柳欄干呈爽景[수류난간정상경] : 난간 드리운 버들 시원한 경치 나타내고

瀉茶磁碗奉淸甘[사다자완봉청감] : 사기그릇에 차를 쏟아 달고 맑게 받드네.

吹風晝漏傳聲數[취풍주루전성수] : 바람 부는 낮의 물시계 자주 소리 전하고

天欲偸閑亟縱談[천욕투한극종담] : 하늘의 한가함 훔쳐 빨리 지껄이려 하네.

 

圓覺寺[원각사] : 서울 종로구 파고다공원터에 있었던

   고려시대 조계종의 본사가 된 사찰. 흥복사.

金守溫[김수온,1410-1481] : 자는 文良[문량], 호는 乖崖[괴애], 拭疣[식우]

  세종과 세조 때의 편찬 및 번역사업에 공헌한 인물

徐居正[서거정,1420-1488] : 자는 剛中[강중], 子元[자원],

   호는 四佳亭[사가정] 혹은 亭亭亭[정정정]

  형조판서, 좌참찬, 좌찬성 등을 역임한 문신.

洪允成[홍윤성,1425-1475] : 자는 守翁[수옹], 호는 領海[영해]

  우의정, 좌의정, 영의정 등을 역임한 문신.

金時習[김시습,1435-1493] : 자는 悅卿[열경].

   호는 梅月堂[매월당], 淸寒子[청한자], 東峰[동봉],

   碧山淸隱[벽산청응], 贅世翁[췌세옹].

雅量[아량] : 넓고 깊은 도량.

滄波[창파] : 넓고 큰 바다의 맑은 물결.

萬頃[만경] : 아주 많은 이랑, 지면이나 수면이 아주 넓음.

犀帶[서대] : 일 품의 벼슬아치가 허리에 두르던 띠.

   무소의 뿔로 장식을 하였다 함.

玉筍班[옥순반] : 英材[영재]들이 늘어서 있는 줄.

   곧 옥당의 관원이 되는 일.

   玉筍班列[옥순반열]로 뛰어난 인재들이 모인 조정을 말함.

偸閑[투한] : 한가한 시간을 훔침, 

  바쁜 가운데 틈을 내거나 틈을 타서 일을 함을 이르는 말.

縱談[종담] : 생각나는대로 지껄임.

 

篠䕺遺稿[소총유고]下[하] / 詩[시]

洪裕孫[홍유손, 1431-1529] : 자는 여경, 호는 소총·광진자.

   조선 전기의 시인. 노자와 장자를 논하며 술과 시로

   세월을 보내 청담파로 불렸다.

 

소총 홍유손은 方外人[방외인]의 삶을 산 사람으로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奇人[기인] 중 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아전 집안에서 태어났고 佔畢齋[점필재] 김종직의 문인이었다.

  신분이 미천한 才士[재사]가 으레 그렇듯이

소총도 치솟아 오르는 울분과 객기를

시와 술로 달래며 放達不羈[방달불기]한 삶을 살았다.

세조의 왕위 찬탈이 있은 뒤로는

노자와 장자에 심취하여 남효온, 이총, 이정은, 조자지

등과 어울려 竹林七賢[죽림칠현]을 자처했다.

특히 괴애 金守溫[김수온], 추강 南孝溫[남효온],

매월당 金時習[김시습]과 친하였다.

  소총 홍유손이 젊을 때 원각사에서 독서하고 있었는데

괴애 김수온과 사가 徐居正[서거정] 등이

조정에서 퇴근하는 길에 들렀다.

그들은 韻[운]을 불러주고 소총에게 시를 짓게 했는데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척척 응대했다.

그 시 중에서 " 靑山綠水吾家境 : 청산과 녹수가 나의 경계이거니

明月淸風孰主張 : 명월과 청풍은 누가 주인인가!"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매월당이 곁에 있던 사가를 가리키며

"剛中[강중]아 너는 이 만큼 짓겠느냐"했다 한다.

소총의 뛰어난 詩才[시재]를 말해주는 일화이다.

  소총은 무오사화 때 제주에 유배되어

관노로 있다가 중종반정으로 석방되었다.

그리고 76세의 늙은 나이에 처음으로 장가를 들어 아들을 낳았으니,

道家[도가]의 양생술에 조예가 깊었다는 말이 사실인 듯하다.

만년에 명산을 편력하다가 종적을 감추었다는 전설도 있으니,

여하튼 기인이었음은 분명하다.

  소총은 99세를 살았으니,

조선시대 이름이 알려진 인물 중에서 가장 장수한 분이다.

시와 술로 울분을 토로하는 사람은 대개 단명하게 마련이니,

소총의 장수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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