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時詞[사시사] 蘭雪軒 許楚姬[난설헌 허초희]
露下虛庭玉屛冷[노하허정옥병랭] : 텅 빈 뜰에 이슬이 내려 옥 병풍이 쓸쓸하네.
池荷粉褪夜有
香[지하분퇴야유향] : 연못의 연 꽃 희게 바랬어도 밤엔 향기 있고井梧葉下秋無影[정오엽하추무영] : 우물가 오동잎 지니 그림자도 없어 시름겹네.
丁東玉漏響西風[정동옥루향서풍] : 물시계는 옥 소리 내며 서쪽 바람에 울리고
簾外霜多啼夕蟲[렴외상다제석충] : 주렴 밖 두터운 서리에 밤 벌레들 울부짖네.
金刀翦下機中素[금도전하기중소] : 금빛 칼로 베틀 속의 흰 깁을 잘라 내리니
玉關夢斷羅帷空[옥관몽단라유공] : 옥관의 꿈이 끊기면서 비단 장막 쓸쓸하네.
裁作衣裳寄遠客[재작의상기원객] : 먼 곳서 온 손에게 보내려 의상을 지으려니
悄悄蘭燈明暗壁[초초란등명암벽] : 고요하며 아름다운 등이 어두운 벽 밝히네.
含啼寫得一封書[함제사득일봉서] : 눈물 머금고 베껴 이룬 편지 한 통 봉했는데
驛使明朝發南陌[역사명조발남맥] : 역사는 내일 아침에는 남쪽 길로 떠난다네.
裁封已就步中庭[재봉이취보중정] : 옷과 편지를 이미 마치고 뜰 속을 걷다보니
耿耿銀河明曉星[경경은하명효성] : 반짝이는 은하수에 새벽 별들이 나타나네.
寒衾轉輾不成寐[한금전전불성매] : 차가운 이불에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데
落月多情窺畫屛[낙월다정규화병] : 지는 달 정도 많아 병풍의 그림을 엿보네.
紗[사] : 깁, 모래, 작을 묘.
玉屛[옥병] : 옥으로 꾸민 아름다운 병풍.
丁東[정동] : 옥 같은것이 부딪혀 나는 소리.
玉漏[옥루] : 옥으로 만든 물시계.
遠客[원객] : 먼 곳에서 온 손.
悄悄[초초] : 근심하는 모양, 조용한 모양, 고요한 모양.
蘭燈[난등] : 밝고 아름다운 등.
驛使[역사] : 공문서나 서신을 전갈하는 사람. 우편 배달부.
耿耿[경경] : 불 빛이 반짝 반짝 함, (불빛에) 반 함, 마음에 잊히지 아니함.
한국고전번역원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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